아주경제 배인선·배상희 기자 =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대(對)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기업들이 주가 급락 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결정에도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위안화 쇼크로 글로벌 기업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 중에서도 최대 패자(loser)는 글로벌 IT의 거물 애플이 될 것이라고 1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발 통화정책이 애플에 미친 파급효과는 컸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결정 이후 증권 시장에서 애플의 주가는 5.16%나 떨어졌다. 투자은행인 제프리스는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여파를 우려해 애플의 목표 주가도 135달러에서 13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애플에게 중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인 만큼, 위안화 가치하락은 애플에게는 커다란 악재다. 위안화로 거둬들인 수익을 달러화로 환전할 때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경쟁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도 예상된다.
해외 명품업체들도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날 유럽 증시에서 구찌와 입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를 소유한 프랑스의 케어링그룹 주가가 3.89% 하락한 것을 비롯해 페라가모 5.5%, 토즈 3.18%,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 5.4%, 에르메스 3.9% 등으로 럭셔리 업체 주가가 큰 폭 하락했다.
최근 정체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유럽 자동차 브랜드에게도 위안화 가치 하락은 악재로 작용했다. 실제로 이날 BMW, 다임러크라이슬러, 폴크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기업 주가는 4~5%씩 급락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는 오랜 기간 금리정상화라는 긴축통화정책을 구상해온 연준의 셈법마저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가치 하락이 달러 가치의 상승과 미국 수입물가의 하방압력 가중이라는 두 가지 결과를 유발해 연준의 금리인상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이같은 관측을 반영하듯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이 나타내는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45%로 전일 53.5%보다 낮아졌다.
펜뮤추얼에셋매니지먼트의 런즈웨이 매니징 디렉터는 "위안화 평가 절하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물건 값이 싸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는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면서 연준에게 큰 고민을 안겨줄 것이며, 9월 금리인상 가능성도 낮아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평가절하가 금리인상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뱅가드 그룹의 로저 알리아가-디아즈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기적 관점에서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가 (미국 금리인상 결정에) 게임체인저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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