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영·김지나 기자 = 최태원 SK 회장이 복귀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주요 계열사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분위기를 반전할 만한 대형 투자 계획이 뜸한 상태이며 M&A(인수합병)나 입찰경쟁에서도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처지다.
SK 통합 사업지주회사 출범 이후 주목받는 바이오, ICT(정보통신기술) 등 신사업 구상을 어떻게 구체화 할지도 주요 관심사다.
12일 SK그룹 및 재계에 따르면 그룹은 최근 시내 면세점 사업 입찰에서 탈락하고 중국 윤활유 법인 인수 경쟁에서도 밀려나는 등 수세에 몰려 있다. 자연히 오너 공백에 따른 경영 리스크도 재차 부각됐다.
이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이 유력한 것으로 점치고 있다. SK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해 현재 그룹의 대들보로 키운 것처럼 최 회장이 복귀해 다시 분위기를 바꿔놓을 대형 투자 등에 대한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그도 그럴 것이 SK하이닉스 등을 제외하면 주요 계열사들이 대부분 위기경영을 지속하고 있는 형편이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업황 호황기와 맞물려 호실적을 기록하며 SK그룹 내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작년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인 매출액 17조1256억원, 영업이익 5조1095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2분기 일시적인 업황 개선으로 실적이 회복됐지만 최근 다시 유가하락으로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파라자일렌(PX) 사업에 대한 대형 투자가 이뤄진 이후 차기 투자 계획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PX의 경우 경쟁사들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시장 선도 의미가 희석됐다는 지적이다.
한화케미칼과 롯데케미칼 등 동종 업체들이 활발하게 인수합병 및 해외자산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SK도 최태원 회장이 복귀하면 미국 셰일 자산 등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 C&C를 합병한 SK 통합 지주회사는 반도체 모듈, 반도체소재, 제약 및 바이오, LNG(액화천연가스), ICT(정보통신기술)을 5대 신사업으로 제시했다. 최태원 회장이 복귀하면 이들 사업 계획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반도체 소재 기업을 인수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 가는 SK하이닉스는 호실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인텔과 마이크론의 차세대 메모리칩 합작, 중국의 마이크론 인수설 등 악재가 터졌다. 여기에 D램 가격 하락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필요해 보인다.
낸드플래시는 업계 1위인 삼성전자와 V낸드 등으로 기술 격차가 1년 가량 벌어져 있어 최태원 회장 복귀 후 R&D 투자 또는 M&A 등 경쟁력 제고 방안이 강구될 수 있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그룹 총수로 올라온 후 반도체 사업을 각별히 챙겨왔다"면서 "최 회장이 사면될 경우 반도체 사업에 특히 공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통부문에선 면세점 사업의 기대치가 올라가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 광장동 워커힐면세점의 운영권 특허기간이 오는 11월16일 만료된다.
이에 따라 다음달 말부터 후속 사업자 선정이 이뤄지는데 총수 없이 진행한 입찰에서 한차례 탈락한 SK네트웍스가 절치부심할 기회다. 최태원 회장이 복귀하면 입찰전에 필요한 과감한 지원을 통해 총력전을 펼칠 수 있다.
최근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면세점의 후속 사업자 자리도 도마 위에 올라 경쟁사들로서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주도해왔던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나 창조경제혁신센터 멘토 기업으로서 지원하고 있는 벤처 육성사업, 최근 그룹에서 밝힌 일자리창출 계획 등도 한층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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