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은 지난 11일 그룹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한·일 롯데 분리' 가능성에 대해 일축하는 벌언을 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예로 든 것이 바로 한국과 일본 롯데제과의 협업이다.
이날 신 회장은 "한국 롯데제과와 일본 롯데제과는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많은 협력을 해왔고, 많은 시너지도 있었다. 두 회사를 완전히 분리해서 협력 관계를 없애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투(two) 롯데' 방식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 회장이 한·일 롯데 통합 경영의 실례로 '제과'를 지목한 것은, 교류가 많지 않고 거의 다른 회사처럼 운영되는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관계 속에서 그나마 이 부문의 협력이 가장 두드러지기 때문이라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앞서 1980년대 일본 '롯데'는 껌을 앞세워 베이징을 시작으로 중국에 진출했고, 약 1년 뒤 한국 롯데제과도 중국에서 자일리톨 껌과 쵸코파이 등을 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롯데제과가 지난 2004년 국내에 선보인 쉐이크 형태의 '설레임' 아이스크림이다.
이 신제품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자 이듬해 곧바로 일본 롯데도 현지에서 쿨리쉬(Coolish)'라는 거의 같은 상품을 내놨다. 제조 방법 등에 대한 기술·마케팅 교류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두 회사는 지금도 한 해 2~3차례 '마케팅 교류회의'를 열고 실무진(부장·과장급)들이 시장조사 자료, 소비자 트렌드 등에 관한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아울러 주로 식품 개발 업무를 맡은 롯데중앙연구소의 제과 부문 역시 일본 롯데 연구진들과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이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로 대표로 선임되고 사실상 두 나라 롯데를 통합 경영하는 '원(one) 리더'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이 같은 제과 부문의 한·일 '팀워크'는 더 긴밀해질 전망이다.
더구나 '제과' 부문은 한국과 롯데 그룹 모두의 '뿌리'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신 회장은 더욱 제과 부문에서 한·일 통합 경영의 성과를 보여주고자 노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간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은 사업 초기 생산 품목을 비누에서 껌으로 바꾸고 자본금 100만엔, 종업원 10명 규모의 법인 사업체를 만들면서부터 비로소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이름을 빌려 '롯데'라는 상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1967년 일본에서 번 돈을 투자해 모국에 처음 세운 기업도 바로 롯데제과였다.
한편 롯데제과 관계자는 "아직 실무선에서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큰 합작 프로젝트는 없지만 앞으로 특히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두 나라 롯데제과가 품목 등 영역을 분담하거나 신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마케팅도 함께 펼치는 등의 협력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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