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분노의 질주’, ‘007’, ‘나쁜 녀석들’, ‘트랜스포터’….
이들 영화의 공통분모는 호쾌한 자동차 액션과 카 체이싱(추격신)이다. 거액을 쏟아 부은 화려한 장면들과 숨 막히는 액션들이 관람객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올여름, 할리우드 영화의 전유물 같은 이 장르에 과감히 도전한 작품이 있으니, 그게 바로 한국영화 ‘베테랑’이다.
영화는 도입부터 초호화 자동차들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주인공 서도철(황정민)과 미스봉(장윤주)이 향한 곳은 고가 수입 중고차 전시장. 빨간색 람보르기니에 눈을 못 떼는 미스봉을 잡아끈 서도철은 “이 차 어떠냐”며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를 보여준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계약을 마친 이들은 휘파람 불며 차를 끌고 오지만, 차를 판 일당들은 차에 장착한 GPS를 추적해 다시 자신들의 아지트로 차를 끌고 온다. 이들은 차의 번호판을 바꿔달고 차대번호를 위조하는가 하면, 차를 새로 도색해 재판해하려 한다.
영화 속에서 서도철과 최 상무(유해진)의 대결 구도를 보고 있노라면 류승완 감독의 전작 ‘부당거래(2010)’가 자연스럽게 오버랩 된다. 권력층과 경찰의 검은 거래를 그린 스토리뿐 아니라, 천호진, 마동석, 정만식, 김민재 등의 배우가 ‘부당거래’에 이어 다시 등장한다.
눈길을 끄는 건 배우 유아인(조태오 역)의 신들린 듯한 연기다.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진 듯한 재벌 2세는 격투기로 스트레스를 풀고, 그것도 모자라 포르쉐 카이엔 안에서 마약을 흡입한다.
그가 경찰 수사망에 쫓길 때 타는 차는 포드 머스탱이다. 1964년 탄생한 1세대 모델은 배우 신성일이 타고 다닌 차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유아인이 모는 차는 2005년부터 시판된 5세대(코드네임 S197) 모델이다.
영화의 백미는 명동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조태오와 서도철의 추격신이다. 좁디좁은 골목길을 누비는 추격신은 수많은 차와 인파를 헤치며 심장이 쫄깃해지는 스릴을 준다. 여러 대의 차를 들이받고도 거뜬히 질주하는 머스탱의 차체 강성도 놀랍다.
명동 거리에서 격투를 벌이던 두 사람의 승부가 막을 내리나 싶을 무렵, 구경하는 인파 속에서 나온 마동석이 던지는 한 마디.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 이렇게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 그냥 가면 어떻게 해!”
류 감독과 제작진은 추격 장면을 위해 명동 8차선 도로 한복판을 전면 통제하고 4일 밤에 걸쳐 촬영했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차는 경찰차를 포함해 무려 80여대. 화끈한 액션과 탄탄한 스토리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며 개봉 7일 만에 관객 수 350만 명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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