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이맹희·건희 형제 '애증의 반세기'…화해도 못하고 타국서 쓸쓸히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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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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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병철 삼성회장의 상속 문제와 관련 '형제의 난'을 겪었던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전 제일비료 회장·왼쪽)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간의 상속 분쟁 당시 YTN 방송 캐처 화면.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전 제일비료 회장)이 14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지병인 암으로 별세했다.

병석에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큰 형인 이 명예회장은 '비운의 삼성가 장남'으로 재계 오너의 일원으로서는 누구보다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더욱이 동생인 이건희 회장과의 '애증 관계'는 거의 반세기에 걸쳐 이어졌다고 한다.

재계와 삼성가에 따르면 애초 맹희씨는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받게 돼 있었다. 실제로 단기간이지만 맹희씨는 삼성의 총수 역할을 했다.

호암 이병철은 애초 삼남인 이건희 회장에게는 중앙매스컴을 맡길 작정이었고 그룹의 경영권은 장남 맹희씨에게 물려주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이건희 회장은 와세대대학 재학 시절부터 매스컴 경영을 권유받았고 1966년 첫 직장으로 동양방송을 택했다.

반면 맹희씨는 1968년 삼성의 모태기업인 제일제당 대표이사,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부사장, 삼성문화재단 이사 등 그룹의 주요 직위에 오른다.

이유는 이른바 '한비 사건(한국비료 사카린 밀수 사건)' 때문이었다.

1966년 부산세관에 밀수품으로 58톤의 OSTA(사카린 원료)가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삼성의 계열사인 한국비료가 사건의 당사자였다. 삼성이 당시로선 거액인 2400만원의 벌금을 냈지만 언론에서 재벌의 사카린 밀수와 도덕성 문제를 크게 보도하자 호암은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재계에서 은퇴한다는 발표를 했다.

삼성의 회사였던 한비 지분 51%는 국가에 헌납해야 했다.

재계와 정치권에선 한비 사건을 두고 정부가 일본 기업(미쓰이)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설과 함께 당시 박정희 정권과의 모종의 거래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호암이 2선으로 물러난 뒤 맹희씨는 삼성의 총수 대행으로 나섰다. 10여개 부사장 타이틀을 달고 활동하던 시절이다.

호암이 당시 삼성의 참모진에게 '맹희 부사장에게 세 번을 요청하고 그래도 안 되면 내게 가져오라'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장자 상속의 대원칙에서 삼성의 대권을 받은 맹희씨의 경영 행보는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이병철 창업주는 호암자전에서 맹희씨가 6개월간 그룹 경영을 맡았다가 혼란에 빠지자 자진해서 물러났다고 기술했다.
반대로 맹희씨는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에서 자신이 7년간 삼성을 경영했다고 달리 썼다.

맹희씨가 결정적으로 삼성가와 틀어지게 된 연유도 결국 한비 사건에 있었다.

한비 사건으로 차남 창희씨는 검찰 조사를 받고 구속됐고 맹희씨는 수사망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2년 후 청와대 투서 사건이 불거지면서 투서의 주범으로 몰려 호암의 눈 밖에 났다.

호암은 맹희씨가 한비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에 투서를 했다고 믿었고 그 이후 맹희씨는 호암과의 소원한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 채 십여 년간 야인생활을 해야 했다.

1987년 호암이 별세한 직후 삼성은 급속도로 승계가 이뤄졌고 맹희씨 쪽은 안국화재보험 지분을 받았다. 이건희 회장에게는 반도체, 전자, 제당, 물산 등의 삼성그룹 주요 지분이 승계됐다.

이후 맹희씨와 이건희 회장의 분쟁이 법정에서 재발한 시점은 2013년이다.

창업주가 남긴 상속재산을 둘러싸고 맹희씨가 소송을 제기했고 차남 창희씨측도 가세했다.

삼성가 상속소송은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인 끝에 1, 2심에서 맹희씨 측의 완패로 끝났고 맹희씨는 고심 끝에 상고를 포기했다.

소송 도중 형제간 화해의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했지만 맹희씨는 결국 동생과의 화해 방법을 찾지 못했다.

삼성가에서는 지난해 8월 범 삼성가 구성원들이 맹희씨의 아들인 이재현 CJ 회장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해 화해의 기틀을 마련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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