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신문 김종호 기자 = 지난달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진흥건설에 이어 삼부토건도 법정관리 위기에 몰리면서 중견건설사들 사이에 도미노 파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공공건설 입찰 경쟁이 심화되고 수익성은 악화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지역 내 중견 건설사인 진흥건설은 지난달 6일 광주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올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순위 1667위인 진흥건설의 정확한 채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공사 수주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법은 오는 19일 진흥건설에 대한 현장검증 작업을 벌인 뒤, 다음달 내 법정관리 개시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42위에 이름을 올린 삼부토건도 법정관리 위기에 처했다.
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삼부토건 대주단은 르네상스호텔을 담보로 잡은 삼부토건의 대출금 약 7500억원의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기로 이달 초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부토건은 르네상스호텔 담보대출과 헌인마을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1조원이 넘는 채무를 떠안게 돼 사실상 법정관리가 불가피해졌다.
삼부토건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르네상스호텔을 빠른 시일 내에 매각하고, 보문관광 등의 일부 계열사도 처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주단은 더 이상 기다려 줄 수는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지난주 공시한 바와 같이 대출금 연장이 불발됨에 따라 현재 채무가 1조원이 넘어 유동성 위기에 처한 사실은 맞다”면서 “우선적으로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위해 중국 자본 등과 협상 중이며, 상황에 따라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중견 건설사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시장과 달리 토목이나 플랜트 등 공공수주 부분은 오히려 입찰 경쟁 심화와 함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공공공사 수주 누계 규모는 전년 대비 1.1% 감소하며 역성장을 지속했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저가낙찰제로 인해 공공공사 입찰 경쟁이 심화되는 데 반해 수익성은 떨어지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 속에 낮은 가격을 써내 공사를 낙찰받더라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 최근에는 유찰되는 공공공사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 주택경기의 회복세 속에 호반건설 등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은 문제가 없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그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최근 M&A(기업 인수·합병)를 진행 중인 극동건설과 동부건설 등이 인수자를 찾는데 애를 먹는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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