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 정희왕후는 조선 최초로 수렴청정(垂簾聽政)을 한 여성이다. 수렴청정이 어린 임금을 대신해 정사를 맡은 것인 만큼 적어도 수렴청정 기간 동안에는 임금을 넘어서는 최고통치자가 된다. 명실상부한 정치인이다.
조선시대 수렴청정은 사극에 단골로 등장하는 문정왕후와 정순황후를 비롯해 7명의 여성에 의해 진행됐다. 정희왕후는 그들에게 롤모델 격이다. 쿠데타로 조카를 밀어내고 왕위에 오른 남편 세조의 업보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비극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정통성이 약한 정권이 늘 그러했듯 살얼음을 걸어야 했지만 나름대로의 판단과 결단력으로 위기를 피해나갔다.
아쉬움도 많다.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공신의 권력을 제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키워준 부분은 결과적으로는 조선의 레임덕을 가져왔다. 무리한 잣대로 성종의 계비 윤씨를 사사하도록 하여 연산군이라는 폭군을 등장시키게 한 것 또한 비난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우여곡절이 있기에 정희왕후는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연구 대상이다.
2015년은 광복 70주년으로 한 세기의 역사를 장식할 준비를 해야 할 때다. 향후 30년의 발걸음에 따라 건국 100주년의 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정희왕후 역시 조선 100주년을 앞두고 권력을 행사했다. 수렴청정을 통해 성종이 조선왕조의 틀을 다질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민주주의의 핵심에는 견제와 균형이 있다. 여성의 정치 참여를 외치는 목소리에는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의 대표성이 형편없이 낮은 상황을 걱정한다.
권력이 흔들리지 않고 백성이라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를 사람들의 마음을 사려면 긴장과 균형은 기본이다. 여성의 정치참여 주장에는 이런 균형이론이 숨어있다. 남성 독식의 정치는 이제 한계가 있다. 정희왕후를 통해 조선 최초의 여성정치인을 보며 어떤 정치를 펼쳤는지를 분석하는 일은 향후 정치인들의 이정표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244쪽 | 1만1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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