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어촌] 가축은 죽어서 신약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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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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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최근 바이오 신약이 축산업 분야를 원천으로 속속 개발되고 있다. 축산업과 생명공학의 융합이 의학·약학 분야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축은 형질전환을 통해 생리활성물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혈액의 응고에 관여하는 안티트롬빈(AT Ⅲ)을 생산하는 염소, 빈혈치료제 에리스로포에틴(EPO)을 생산하는 돼지 '새롬이'가 그 주인공이다. 시장 규모로 따지면 안티트롬빈은 2억 달러(약 2300억원), 에리스로포에틴은 119억 달러(약 14조원)에 달한다. 정맥혈전용해제(tPA)를 생산하는 돼지, 50㎍당 32만원이 넘는 혈우병 치료제인 폰빌리브란트 인자(vWF)를 생산하는 돼지 등도 떠오르는 식약으로 불린다. 

19일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인테러뱅 154호'에 따르면 가축은 인류의 식량공급 이외에도 현대의학 발전에 공헌했다. 

1922년에는 개의 췌장에서 채취한 인슐린으로 당뇨병 퇴치의 길을 열었다. 현재 인슐린을 비롯해 소, 돼지 등 동물에서 채취한 의약소재 물질은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미생물에서 대량 생산하고 있다. 수두, 홍역, 풍진, 장티푸스, 일본 뇌염 등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의무적으로 맞는 백신은 닭의 유정란을 이용해 생산한다. 시험관시술, 체외수정기법 등도 가축분야에서 이미 연구되고 검증된 기술을 사람에게 맞게 변형한 것이다. 

새로 개발된 기능성소재, 의약 후보물질, 향장소재 등의 위험성을 미리 검증하는데도 가축이 활용된다. 어류에서부터 포유류까지 다양한 동물을 활용해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독성을 검사하거나 약의 효능을 검증하는 것이다. 

체세포 복제 젖소[사진=인테러뱅]


유전자 조작기술이 발달한 이후에는 질병저항성 가축, 생산성 증대 가축 등이 개발, 최근에는 의료용 가축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1985년 사람의 성장호르몬을 함유한 토끼, 돼지, 양이 개발된 이후 혈우병치료제, 사람 인터페론을 생산하는 닭 등이 등장했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약 생산은 가축의 형질전환(외부에서 주어진 DNA에 의해 생명체의 개체나 세포의 형질이 유전적으로 변하는 현상)을 활용한 것이다. 

복제양 돌리[사진=인테러뱅]


기존 신약생산을 위한 미생물은 정확하게 사람의 복잡한 단백질을 재생산하기 어렵다. 합성제약은 가공과정에서 인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을 완제품에서 제거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가축을 이용한 인체 유용단백질의 생산은 사람의 혈액에서 정제하거나 세포 배양으로 생산하는데 비해 안전하고 저렴하게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형광발현 고양이[사진=농촌진흥청]


이종장기의 연구도 활발하다. 장기이식기술의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기증되는 장기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기이식 대기자는 지난해 기준 2만4607명이지만 실제 기증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10%에 불과하다. 필요한 장기(臟器)별로 보면, 신장(58.8%), 간장(18.0%), 골수(11.2%), 안구(6.9%), 췌장(3.1%), 심장(1.4%) 등의 순이다. 때문에 가축을 활용한 장기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종장기의 생산 연구에는 생리적 구조와 장기의 크기가 인간과 유사하고 무균화가 쉬운 돼지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종장기 분야의 숙원의 과제는 면역거부 반응을 없애는 것이다. 면역거부는 초급속, 급성 혈관성 거부, 세포 거부, 그리고 만성 거부 반응 등이며, 이를 위해서는 형질전환이 필수다. 

믿음이[사진=농촌진흥청]


형질전환 돼지인 지노, 믿음이, 소망이는 이러한 거부반응의 원인을 제어하도록 개발된 사례들이다. 사람의 질병에 걸리도록 개발된 질환동물모델은 질병 연구와 의약품 개발에 이용되고 있다. 질환모델 동물의 세계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11억 달러(1조 2853억 원)이며, 2018년이면 18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줄기세포 치료제[사진=농촌진흥청]


줄기 세포 분야에서도 생쥐와 돼지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 가축 형질전환을 통해 유용 의료물질을 생산하는 소규모 생산시스템을 만드는 연구에도 많은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또 실내에서 원하는 부위의 고기를 생산하는 기술인 인공배양육(人工培養肉)으로 미래 식량원으로 활용된다. 

인공 배양육[사진=농촌진흥청]


홍성구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장은 "축산업을 보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축산은 단순히 육류생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의료용 신소재 공급원으로서의 고부가가치 생명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동물생명공학은 자원을 보존하고, 기능성 식품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활용가치가 높다"며 "급격한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인위적 진화에 도움을 주거나 새로운 가축 질병 예방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에 비해 연구연혁도 짧고 투자기간과 액수도 한정된 만큼 세계시장을 노릴만한 축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며 "우선 필요한 것은 ‘형질전환’이란 용어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을 극복하는 것으로 학계, 산업계, 정부의 종합적 노력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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