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 해묵은 과제인 ‘종교인 과세 재추진’이 초반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정부가 최근 세법개정안을 통해 종교인 과세 추진의 물꼬를 텄지만, ‘정치권의 눈치보기’와 ‘종교계의 보수주의’ 등의 구태가 일면서 용두사미 꼴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종교인 과세 문제는 △종교인의 근로자 여부(법적) △실질적인 세수 증대효과 미비에 따른 종교세의 역설(경제적) △종교계 표심의 정치적 이해득실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연내 법제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968년 국세청이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처음 추진한 이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종교인 과세 문제가 이번에도 무산될 경우 ‘종교인 특혜’ 논란이 정국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종교인은 근로자인가…“근로자” vs “소명직”
20일 정부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법안심사소위원회(조세소위)에 따르면 종교인 과세 적용 방식은 연 소득 4000만원 이하의 경우 필요경비(소득을 구할 때 공제되는 경비) 80%, 4000만~8000만원 60%, 8000만∼1억5000만원 40%, 1억5000만원 이상 20%다.
종교인 과세의 첫 번째 관문은 법적 쟁점의 돌파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상식적 헌법 정신에서 출발한 종교인 과세 문제는 그간 ‘종교인=근로자’ 등식을 놓고 뜨거운 격론이 벌어졌다. 이는 ‘종교인 소득은 근로소득인가’의 문제로 연결된다.
판례는 ‘종교인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본다. 대법원은 지난해 한 교회 부목사의 해고무효소송에서 “부목사는 임금을 목적으로 교회와의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인 교회에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교회에 급여 지급 판결을 내렸다. 준(準)사법기관인 조세심판원도 마찬가지다.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를 천명한 셈이다.
하지만 보수 개신교의 입장은 단호하다. 종교인은 근로자가 아닌 ‘소명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근로소득을 세속적으로 보는 인식이 깔렸다. 박찬종 변호사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법도 그렇고 종교인도 국민인 만큼 세금을 내는 게 맞다”며 “과세를 한 뒤 정부가 신의 뜻대로 쓰는지, 감시·감독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종교세의 역습도 문제…與野 “내년 총선인데…”
두 번째 쟁점은 ‘종교인 과세의 역습’이다. 공평과세에서 출발한 종교인 과세가 정작 세수 확보책이 아니라는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23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전체 종교인 가운데 과세 대상자는 4만∼5만여명 정도다. 70∼80%가 면세 대상자인 셈이다. 종교인 자체도 심각한 양극화에 처하면서 정부가 다수의 영세 종교인들에게 ‘근로장려세제(EITC)’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인 과세의 평균 실효세율이 1% 안팎인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종교인과 대립각을 세울 ‘실익’이 적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는커녕 세수 결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납세자연맹은 이와 관련, “반대로 근로소득으로 과세해야 종교인도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지 않느냐”며 “종교인 권리보호를 위해서도 근로소득으로 과세해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일각에선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종교소득’으로 지칭했으나, 일반 근로자 대비 ‘높은’ 필요경비율로 ‘낮은’ 과세의 실효성을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사실상 ‘생색내기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마지막 쟁점은 종교계 표심의 정치학이다. 정치권에선 보는 종교계 표심은 막강하다. 인구의 절반가량이 종교인인 데다, 신앙으로 결속된 연대 전선은 그 어떤 집단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야 모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야권 한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는 정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표심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5선 의원을 지낸 박 변호사는 “실제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인식이 변한만큼 개신교·천주교·불교 신자 모두 종교인 과세를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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