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지난 주말 옷장 정리를 하면서 7~8년 전에 구입한 TBJ 니트를 찾았다. 한동안 열심히 입고 다닌 옷은 새로운 옷들에 자리를 내어주고 다시 주인이 입어주길 기다린 것이다.
어느새 옷장은 각종 SPA(제조·유통 일괄), 수입 브랜드 의류로 가득 차있었다. 캐주얼 제품은 몇 벌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오랫동안 입지 않아 작아졌거나, 변색됐다.
그제야 말로만 듣던 캐주얼 브랜드의 부진을 실감했다. 내 옷장부터 저렴한 SPA, 큰 맘 먹고 산 고급 여성복, 야외활동을 위한 아웃도어 브랜드뿐이었다.
2000년대 초반, 개념마저 생소했던 SPA브랜드 시장은 2010년 1조 2000억원에서 2014년 3조 4000억원대로 3배 성장했다. 올해는 4조원대를 무난하게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명품 업체의 성장도 눈에 띈다. 버버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은 5.3%, 영업이익은 40% 늘었다. 프라다코리아와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 역시 2013년 대비 매출액이 1.2%, 19.2%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 캐주얼 브랜드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백화점이나 길거리에서 쉽게 보던 브랜드는 더이상 제품을 출시하지 않거나 마트, 온라인몰로 밀린 지 오래다.
섬유산업은 광복 이후 국내 경제활동의 힘을 불어넣어 준 대표 산업군이다. 1960년대 수출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주요 품목이었으며, 이후 국내 패션 산업이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래서인지 캐주얼 브랜드의 부진이 더욱 아쉽다.
하지만 이럴수록 빠르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찾고 제품 질 향상에 몰두해야 한다.
더베이직하우스는 국내 대신 중국 시장으로 활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 아직은 투자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성과는 없지만, 중국 쇼핑몰과 온라인몰 등을 활용해 빠른 안착을 기대케 하고 있다.
스타일난다, 난닝구 같은 길거리표 브랜드도 눈길을 끈다. 유통업계에서 캐주얼 의류 시장의 활로를 찾기 위해 스트릿패션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캐주얼 업계는 참신한 디자인과 노하우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기술력과 함께 소비자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한다면 언제든 다시 도약할 시기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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