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인 23일 오전 4시 15분까지 밤을 새워 협상을 벌인 양측은 약 11시간 동안 정회한 뒤 같은날 오후 3시 30분 접촉을 재개했다.
하지만 남북 대표단은 21시간이 다 되는 24일 오후 1시를 넘은 현재까지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박 3일간 무려 30시간을 뚸어넘는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입장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회담에서 밤샘협상은 늘 있어왔던 것이지만, 이번처럼 이틀 연속 밤을 새워가며 논의에 임한 사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과거 남북간 협상이 진행됐을 때에도 밤샘협상은 자주 있었다.
통상 2박 3일에서 5박 6일 일정으로 진행된 남북 장관급 회담 마지막 날은 어김없이 막판 기싸움이 벌어졌고, '남북회담 마지막 날은 합의문 도출을 위한 밤샘작업이 있다'는 것이 관행화됐다.
실제 2013년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와 관련해 같은해 7월 열린 개성공단 1차 실무회담과, 9월 열린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2차 회의가 각각 16시간, 20시간이 소요된 밤샘협상으로 진행됐다.
회담 일정이 하루 이틀 연장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았다.
2000년 평양에서 열린 2차, 4차 장관급회담 당시 남북 대표단은 밤샘 논의를 하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일정을 연장했고, 같은해 금강산에서 열린 2차 적십자 회담도 남측의 결렬선언 후에야 합의서가 채택됨으로써 사실상 일정이 하루 연장됐다.
하지만 22일부터 진행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은 이와는 양상이 다소 다른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의제선정부터 입씨름을 벌이다 밤샘협상으로 이어지는 외견은 비슷할지 몰라도 원인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고위급 회담은 통상 사전 실무접촉을 거치기 마련이지만 이번 접촉은 북측의 포격도발과 경고성 포격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준전시상태 선포 등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극적으로 성사된 까닭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로 인해 양측 수석대표이자 남북의 비공식·공식적 군서열 1위인 김 안보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은 남북관계 현안과 관련 실무를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협의해 풀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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