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정부가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설립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또다른 암초를 만나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제4이통의 추진 근거로 내세운 프랑스가 통신정책의 방향을 종전의 3개 사업자 체제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가 신규 사업자 진입을 통한 이통시장 경쟁촉진 정책에서 주요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은 성공사례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24일 일본 멀티미디어 진흥센터 자료와 외신 등에 따르면, 아르노 몽트부르 전 프랑스 산업혁신장관은 지난해 6월 상원 경제위원회에서 “이동통신사업자를 현재의 4개에서 3개로 통합해 통신시장의 투자환경을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몽트부르 전 장관은 당시 프랑스의 4개 사업자의 요금인하 경쟁에 따른 인프라 투자설비의 감소와 경영 실적이 악화된 국내 사업자가 해외 자본에 매각되는 사태를 극도로 경계했다. 몽트부르 장관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사업자 간 통합과 과도한 요금인하 경쟁 억제를 통해 인프라 구축에 자금 투입을 늘리려는 구상을 공개했다.
그의 구체적 구상은 오렌지텔레콤이 요금인하 경쟁으로 실적이 악화된 부이그텔레콤을 합병하는 것으로, 실제로 오렌지텔레콤은 부이그텔레콤과의 협상을 시작했으나 7월2일 교섭은 인수 금액 이견차로 중단됐다.
유럽연합(EU)은 그 동안 경쟁촉진 정책의 관점에서 회원국 이동통신시장에 4개 이상의 통신 사업자를 두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통신사들은 체력을 잃어가고 충분한 설비투자를 할 수 없는 지경에 놓였다.
최근 EU집행위원회는 각국의 통신사업자의 3사 체제로의 통합 움직임에 대해 시장 독점력이 강화되지 않도록 자산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통합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EU집행위원회의 움직임에 따라 EU 각국은 서서히 3사체제로 이행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에서는 3위 업체 텔레포니카와 4위 이플러스의 경영통합이 승인됐으며, 이로 인해 1위 업체 순위변동도 발생했다. 영국도 4위 업체 쓰리UK가 2위 O2를 인수해 영국 1위 업체로 등극하기도 했다.
EU 이동통신시장은 약 200개 사업자가 난립하면서 요금인하 경쟁이 심화돼 실적이 악화되면서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EU 이통업계의 2013년 총매출액은 1420억 유로로 3년 전보다 약 10% 줄었다.
업계관계자는 "이런 환경이 미국과 아시아 국가보다 통신 환경이 정비되지 못한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이동통신시장에선 지난 6월, 2위 업체 SFR이 3위 업체 부이그텔레콤의 인수를 타진했으나, 부이그텔레콤 모회사의 반대로 일단 무산됐다. 지난해에는 1위 오렌지텔레콤이 부이그텔레콤을 인수하기 위해 교섭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프랑스 이동통신시장은 1위 오렌지텔레콤, 2위 SFR, 3위 부이그텔레콤, 4위 일리아드의 4사 체제에서 3사체제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끊임없이 나오면서 3사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유럽 통신업체 간 인수합병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이미 파악하고 있다"면서 "규제당국은 신규 사업자 진입을 통해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됐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규제당국과 소비자단체, 사업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달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래부는 지난 5월 ‘이동통신시장 경쟁촉진 및 규제합리화를 위한 통신정책 방안’을 발표하면서 경쟁력 있는 신규사업자 진입시 기대효과에서 프랑스 사례를 들었다. 프랑스 이동통신시장은 이통3사로 고착화된 경쟁구도에 변화를 가져와 1위 사업자 점유율이 42%에서 37%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또 프랑스 이통시장의 신규사업자 진입으로 요금경쟁이 촉발돼 통신요금 인하 효과가 나타나, 프랑스의 가입자당 매출(ARPU)이 크게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래부는 2012년 프랑스의 이통시장이 101.4%로 포화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프리모바일(Free, 일리아드그룹)의 신규사업자가 기존 대비 50%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해 요금경쟁 활성화에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의 제4이통 진입 결과 통신요금이 평균 11.4% 인하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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