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협상 타결] 새벽의 극적 합의...이산가족 상봉·경제협력 등불 밝히다

이산가족 상봉 전망 및 남북 경제협력 논의 본격화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남북이 25일 새벽 극적 합의를 이룬 판문점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그동안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경제협력 사업 등 남북 간 현안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남북은 이날 발표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공동보도문'을 통해 남북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해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진= 통일부 제공]

◆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늦어도 10월 중순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 계기의 이산가족 상봉 재개다.

남북은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 접촉을 내달 초에 가지기로 했다.

남북은 당초 고위급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인도적 문제인데다 당사자들이 고령이라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남북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재개 합의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한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적극 타진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연내에 남북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상봉 재개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다.

통일부도 지난 5일 북측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을 당시 금강산 관광과 함께 이산가족 상봉 재개 문제를 논의 의제에 포함했지만 북측이 관련 서한 수령 자체를 거부했었다.

구체적인 방법과 시간, 장소 등은 실무 차원의 협의가 추가로 필요하겠지만, '민족의 명절'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다음달 추석을 전후해, 늦어도 10월 중순 쯤 금강산 등의 장소에서 상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동보도문에도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만큼, 지난 1985년과 2002년, 2009년처럼 추석을 전후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추석이 한달 남짓 남은 것을 감안하면 과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 이후 한 달 정도 시간이 더 필요했던 점을 감안, 10월 초를 넘길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한적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태스크 포스를 곧바로 구성, 실무작업에 착수했다.

공동 보도문에 남북 적십자 실무 접촉 날짜를 9월 초로 명시한데다 올해 추석(9월 27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시일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한적은 적십자 실무회담을 북측에 제의, 9월 초에 만나 상봉 날짜와 방법, 상봉자 수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은 통상 한적의 국장급 또는 팀장급이 수석대표로 나서는데, 김성근 한적 국제남북국 국장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관례로 볼 때 상봉 행사는 총 6일간 2박3일씩 1, 2차로 나뉘어 금강산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남북이 큰 틀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해놓고 실무 차원에서의 조율에서 난항을 겪었던 전례도 있었음을 고려하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확실히 재개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가능성이 있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전체 이산가족 등록자 수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이들의 절반 이상인 3만50997명(54.3%)도 80세 이상의 고령자로 상봉이 시급한 상황이다.

◆ 경제협력 등 다양한 남북 교류협력도 탄력

현재 남북 경협 사업들도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2010년 3월26일 북한이 저지른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취한 '5·24 대북제재조치'로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5·24조치는 남북 교역 중단, 대북 신규투자 및 진행 중인 사업의 투자 확대 금지, 대북지원사업 보류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고위급 회담을 통해 양측이 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 간 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해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함으로써 경협 활성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이번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 대표단은 5.24 대북제재 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통일부 당국자가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접촉에서 북한은 남북 경협과 교류를 제한한 5·24조치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당국자 회동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이럴 경우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 경협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남부간 교류 협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