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심신지려(深信之旅)' 새로운 한중관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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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2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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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대통령, 우리 정상으로 군사퍼레이드 첫 참관… 시진핑 주석 옆자리 앉을 가능성 커

  • 다음달 2-4일 방중, 동북아외교 첫 단추…한중ㆍ한미ㆍ한중일 정상회담 릴레이 외교

[=아주경제]



아주경제 주진 기자 =중국의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차 다음 달 2~4일 방중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의 핵심 일정인 군사 퍼레이드(열병식)도 참관키로 했다.

우리 정상이 중국이 개최하는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 이유에 대해 "이웃 국가인 중국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고려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중국이 되기를 바라고, 또 중국에서의 우리 독립 항쟁의 역사를 기리는 측면을 감안해 열병식을 포함한 전승 행사에 참석키로 했다"고 밝혔다.

◇ ‘우호관계 넘어 혈맹관계로?’ 새로운 한중관계 획기적 전기

박 대통령의 이번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은 새로운 한중관계를 여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수교 23주년을 맞은 한중관계는 경제협력 뿐 아니라 정상외교를 포함한 정치협력도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이른바 '정열경열'(政熱經熱·'경제뿐 아니라 정치 교류도 뜨겁다'는 뜻) 관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열병식에서 톈안먼 광장 성루 맨 앞줄의 시진핑 주석 옆자리에 앉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군사퍼레이드 같은 대규모 행사에서 중국 국가주석의 옆자리는 북한 지도자의 자리였다.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이 1950년대에 최소 2차례 올라 마오쩌둥(毛澤東) 등 당시 중국 지도부와 함께 열병식을 지켜본 적이 있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이 박 대통령을 '혈맹 국가' 지도자로 대접하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또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외빈 명단을 발표하면서도 박 대통령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보다 앞서 가장 먼저 호명했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 중에서 전승절 행사에 참가하는 정상으로는 박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만큼 중국으로선 박 대통령이 ‘큰 손님’일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다음달 4일 재개관하는 상하이(上海)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 예산을 전액 지원했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 방중 계기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가 재개관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신경을 많이 썼다는 후문도 들린다.

김장수 주중대사는 지난 25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에 기고한 글을 통해 “박 대통령의 이번 9월 방중은 심신지려(深信之旅)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13년 6월 방중 시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이라는 뜻으로 ‘심신지려(心信之旅)’라고 표현한 것에 더욱 관계가 깊어진다는 뜻으로 ‘마음 심(心)’을 ‘깊을 심(深)’으로 바꿔 표현한 것이다.

 

[사진=청와대]


◇ 북한 압박 효과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은 밀착하는 한중 관계와 얼어붙은 북중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성이 매우 크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아닌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대신 참석해 냉랭한 북·중 관계를 반영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군사 퍼레이드 참석은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다. 이는 전통적인 북·중 혈맹 관계가 아닌 새로운 한·중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면서 중국을 지렛대 삼아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전승절 행사 전날인 다음달 2일 시 주석과의 6번째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 따라 남북간 대화 국면이 조성된 것에 대해 설명하고 북핵 문제 등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가 전승절 참석 이유로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중국이 되길 바란다’ 언급한 것은 바로 이 때문으로 판단된다.

또 지난 3월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3국에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키로 한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 문제에 대해서도 시 주석과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 동북아 외교전 주도

미국 패권에 맞서는 중국의 '군사굴기(군사적으로 우뚝 일어섬)'가 상징적으로 드러날 이번 퍼레이드를 박 대통령이 지켜보는 장면은 동북아 외교 지형에 만만치 않은 함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남북 관계가 군사적 긴장 해소와 함께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구도 속에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협조를 구하는 식의 수동적인 자세가 아닌 보다 능동적·주도적으로 동북아 외교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한일 관계에서도 박 대통령의 대일원칙론을 적용시키며, 독도 문제, 과거사 문제 등에서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과 관련해 미국 조야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 경도론’을 불식시키고 탄탄한 한미동맹을 대내외적으로 재천명할 필요성이 있다.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이례적으로 일찌감치 발표하고,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 발표 이후에도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열병식 참석 여부에는 신중을 기한 것도 미국 측의 정서를 감안한 배려로 풀이된다.

정부는 열병식 참석 직전인 이달 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북극회의 참석 계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박 대통령의 방중에 대해 설명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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