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세계 최고 수준의 크루즈선이 내년에는 강원도 속초를 모항(母港·관광이 시작되는 항만)으로 출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28일 열린 '제3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에서 아시아 최고의 크루즈선사로 선정된 이탈리아 코스타크루즈사(社)의 헬렌 후앙(Helen Huang) 아시아 지사장은 포럼 첫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 크루즈 시장에 주목하고 있고 내년에는 강원도 속초를 모항으로 출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크루즈 산업에서 국적 크루즈선박 1척이 모항으로 지정되면 입·출항 시 해당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상당하다.
항해 도중 잠시 들르는 기항지(寄港地)와는 달리 크루즈 관광객을 모아 출발하는 거점이 되는 모항은 투어를 위한 연료보충, 식재료구입 등 모든 사전준비를 모항지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고용창출, 경기부양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미 속초시는 크루즈 모항이 될 준비에 나서고 있다.
속초시는 지난 18일 금강대교 남측 해변을 10만톤급 크루즈선이 접안 가능한 모항으로 지정해달라는 항만개발 수정계획안을 해양수산부에 건의한 바 있다.
수정계획안은 크루즈부두를 금강대교 남측 해변으로 이동, 10만톤급으로 확대하고 북방파제 연장 500m, 남방파제 400m 이동·축조 및 기존 신수로 방파제를 390m 제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한국의 크루즈 시장은 이제 활성화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모항 지정, 국적 크루즈선 출범 등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을 방문하는 크루즈 관광객은 2013년 79만명에서 2014년 105만명, 지난해 113만명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로 정부는 2020년에 300만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 3조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청사진에 맞춰 크루즈 산업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초에 크루즈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현재 3개 항만 3선석인 크루즈 전용부두를 2020년까지 8개 항만 13선석으로 확충하고 크루즈선 대형화 추세에 맞춰 부두접안 능력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크루즈 인프라 구축을 비롯한 국내 기항지 활용 인센티브, 관광상륙허가제 도입으로 72시간 무비자 입국, 출입국 심사시스템 개선 등 각종 제도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도 적지 않다.
특히 몰려드는 관광객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선석과 긴 시간이 소요되는 출국시스템, 국내 기항지별 모객 제한 등은 외국 크루즈 선사가 손사래를 치는 부분이다.
헬렌 지사장은 "강원도에서 떠났으면 부산도 갈 수 있고, 제주도 갈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그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라며 "국제 관례상 어디서든 손님이 내리고 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적 크루즈 선사인 스카이씨의 티안 칼(Tian Carl) 부사장은 "한국 메르스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일본으로 일본 기항 당시 중국 선사들이 느낀 점은 통관 절차가 굉장히 빨랐다는 것이다"라며 "한국은 CIQ(세관·출입국심사·검역 검사) 부분이 문제가 있었고 특히 절차 중 사진 찍는 속도가 불쾌감이 있을 정도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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