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희강·노승길 기자 = 한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개월째 0%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수출마저 6년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경기 부진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수출 부진이라는 악재가 맞물린 것이다. 정부가 애초 공언한 3%대 경제성장률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수출액이 393억3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4.7%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월간 수출액 감소율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앞서 수출액은 올해 들어 지난 1월 0.9%, 2월 3.3%, 3월 4.3%, 4월 8.0%씩 각각 줄어들었고, 5월 들어서는 두 자릿수인 10.9%로 뚝 떨어졌다. 6월 -1.8%, 7월 -3.3%로 감소 폭이 다소 둔화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8월 들어 다시 대폭 확대됐다.
평균 수출 단가도 유가하락 및 공급과잉 등의 영향으로 18.0% 감소했다. 다만, 수출 물량은 지난 7월 7.9%에 이어 증가세에 이어 3.8% 늘었다.
특히 수출 부진은 둔화된 세계 교역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이 부진하면 경기 반등의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디플레이션 우려도 골칫거리다.
일단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소비, 기업 매출, 자산 가격 등 경제 전체가 위축되기 때문에 침체된 경기 흐름을 반전시키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7% 오르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미만이면 저물가 상황을 의미하며, 0%를 밑돌면 사전적 의미에서 디플레이션으로 간주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8%로 내려앉은 이후 9개월 연속 0%대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저물가가 지속되는 것은 국제유가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대비 18.2% 하락하면서 8월 소비자물가가 0.93%포인트 떨어뜨리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등유(-26.4%), 자동차용 LPG(-22.5%), 경유(-20.1%), 휘발유(-16.0%) 등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저유가 영향을 받은 석유류 제품이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의 체력이 약해져 올해 2% 중반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내수를 끌어올리고 내수 부문이 수출과 독립적으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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