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그간 운전자금 부족 등으로 고사위기에 처해온 성동조선해양의 자립을 돕기 위해 삼성중공업과 수출입은행이 ‘경영협력 협약’을 체결한 가운데 이들 두 업체가 온도차를 나타내 관심이 쏠린다. 수출입은행은 중소형조선소의 정상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반면, 삼성중공업은 차분하게 대응하며 원칙과 소신대로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만나 성동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경영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이슈를 두고 수출입은행은 이덕훈 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고, 성동조선해양의 존립 이유와 향후 지원방향에 대해 설명하며 열띤 대화 분위기를 만들었다.
존립 이유로, 회사가 문을 닫을 경우 지역경제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재 성동조선해양에는 약 7500여명(협력사 포함)에 달하는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만일 회사가 문을 닫는다면 지역 부동산 및 지역 상권에 있어 치명타를 날릴 수 있어 적극적인 회생안 마련이 요구됐다. 또 주채권단인 수출입은행 역시 성동조선에 약 2조원이 넘는 돈을 빌려준 만큼 손실은 불보듯 뻔한 상태다.
이날 이 행장은 간담회 말미에 “중형조선사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거나 “성동조선해양은 중소형 선박분야에서 글로벌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있다”며 애착을 내보였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중인 불투명한 추가 자금지원 여부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고 추진하겠다”며 의지를 내보였다. 수은측은 올해 말까지 성동조선해양에 들어가야 할 추가 운전자금을 약 2000억원 내외로 보고 있다.
이처럼 수출입은행의 강한 의지와 달리, 삼성중공업은 비교적 차분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임원 구조조정 등이 언제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번 성동조선 지원안이 ‘퍼주기’로 잘못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내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면서 “성동조선해양을 지원한다면 용역 등 확실한 계약 원칙하에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특히 이날 삼성중공업은 협약체결 사실을 발표하면서 ‘위탁경영이 아닌 경영협력’임을 강조했다. 해양부문 적자가 이어진 만큼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태에서 성동조선의 재무제표까지 끌어안게 되는 위탁경영과 다르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과 수은이 각자 윈윈(win-win)하는 수준에서 협약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중소형 조선소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소 개선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조선해양은 이번 업무협약에 대해 최대한 반응을 자재하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환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동조선해양 관계자는 “업무협약에 대해 현재 이렇다 저렇다 말 할 처지가 아니다”라면서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회사의 경쟁력을 확대해 나가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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