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최전방에 배치된 군 고위험 전투병력 10명 가운데 6명가량이 방탄복을 지급받지 않아 적의 소총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투상황에 대한 준비 미비 및 군의 인명 경시 풍토로 우리 군의 전력 및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방탄복 보유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육군은 방탄복 지급 기준에 따라 일반전초(GOP), 특공부대 등 최전방 고위험 전투병력 10만 549명에게 방탄복을 지급해야 하지만, 실제 보유 수는 4만 2030개(42%)에 불과했다. 5만 8519개(58%)가 부족한 셈이다.
전쟁위협이 고조된 지난달 최전방에서 실제 교전이 발생했다면, 접적 지역 전투병력 10만여 명 중 과반인 5만 8000여 명의 장병들이 방탄복도 없이 전투에 투입되는 아찔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문제는 보유 중인 방탄복 4만 2030개 중에서도 북한군이 사용하는 AK-74 5.45㎜ 소총탄 방호가 가능한 방탄복은 3147개뿐이라는 점이다. 2014년 국방부는 AK-74 소총탄도 막을 수 있는 신형 방탄복 8602개를 구입했지만 5455개는 방탄판의 삽입이 불가능해 9㎜ 권총탄 방호만 가능한 실정이다.
국방부의 방탄복 운용 개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방부는 작전환경에 따라 △A형(GP·DMZ, 비무장지대) △B형(GOP, 전투전초) △C형(FEBA, 전투지역 전단 및 기타지원부대)으로 분류해 방탄복을 지급한다.
하지만 이 중 A형만 AK-74 소총탄 방어가 가능한 방탄판이다. 나머지 병력은 전장에서 무용지물인 방탄복을 착용하고 전투에 나서야 한다고 백 의원은 지적했다.
백 의원은 “GOP와 전투지역 전단 장병들도 전투상황 발생 시 즉시 투입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에게도 AK-74 소총탄 방호가 가능한 방탄복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인명을 중시하지 않는 군은 적과 용감히 싸우라고 명령할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국방부는 2015년 1만9070개, 2016년 2만1140개, 2017년 2만1140개씩 총 6만1290개의 방탄복을 도입, 보유율을 지급 기준 대비 10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후 2018~2020년에 걸쳐 매년 1만1333개씩 총 3만3999개를 추가로 도입해 구형 방탄복도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그러나 백 의원은 “얼마 전까지 한반도에 전면전 위협까지 고조됐던 상황을 고려하면 목표연도인 2020년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면서 “고위험 전투병력에 대한 방탄복 지급은 하루라도 빨리 100% 수준을 달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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