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비극' 아기난민 父 "고향 땅에 묻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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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0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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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 쿠르디의 작은아들 아일란(3)과 갈립(5)의 생전 모습. [사진= 트위터]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뿐이다”

터키 해변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익사한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아기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40) 씨가 터키 서부 물라주 보드룸시의 한 영안실 밖에서 어린 아들의 시신을 기다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일란 말고도 큰아들 갈립(5)과 아내 리한(35) 씨도 이번에 함께 잃었다.

시리아 다마스쿠스 출신인 쿠르디씨는 터키 도안통신에 “내전이 심해져 가족과 함께 터키로 넘어와 유럽이나 캐나다 이주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에도 두 차례에 걸쳐 브로커에서 돈을 주고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 코스 섬까지 가려고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고 이번이 세 번째 밀입국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의 가족은 다른 난민 12명과 함께 작은 배에 탔다. 쿠르디씨의 설명에 따르면 수용 인원이 초과한 것으로 보이는 소형 고무보트는 한눈에도 위태로워보였으나 브로커는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을 태운 보트는 거친 파도에 거세게 흔들렸고 브로커는 곧바로 배에서 뛰어내려 해안까지 헤엄쳐갔다. 쿠르디는 “배의 중심을 잡으려고 했지만 배는 곧 뒤집혔다”면서 “배에 매달리려고 했지만 바람이 빠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의 손은 잡았으나 아이들은 내 손에서 빠져나갔다”면서 “너무 어두웠고 모두 비명을 질렀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내의 손까지 놓치고 가족을 찾아 물에서 20분 가량 머물다 불빛을 향해 터키 해안까지 헤엄쳤다. 해안을 뒤지고 보드룸 시내를 돌아다녀도 가족을 찾지 못했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병원에 갔다가 비보를 듣게 됐다.

쿠르디 가족이 그리스를 거쳐 최종적으로 가고 싶었던 곳은 스웨덴이었다. 그러나 가족을 잃은 쿠르디는 “이제 그냥 고향(시리아)으로 돌아가 아내와 아이들 묻어주고 그 곁에서 죽을 때까지 코란을 읽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쿠르디의 가족을 실은 배 이외에 또다른 배도 전복돼 어린이 5명과 여성 1명 등 모두 12명의 난민이 에게해에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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