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6부는 4일 서울고법 417호 대법정에서 조 교육감의 항소심 판결에서 "피고인이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이 있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인정된다"면서도 "공직 적격을 검증하려는 의도였으며 악의적인 흑색선전이 아니어서 비난 가능성이 낮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벌금 250만원의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조 교육감 측은 상대 후보의 검증을 요구한 수준으로 문제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면서 예비청구로 의혹제기가 허위사실로 인정되더라도 당선무효형은 가혹해 임기 도중 직위를 상실하는 일이 없도록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없던 일로 해주는 '선고유예' 처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해 받아들여진 셈이다.
1심에서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가운데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에 임했지만 당선무효형을 받은 조 교육감측은 2심에서는 민변 소속이 아닌 선거법 전문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한 전략이 먹힌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 후보에 관한 검증을 요구한 수준으로 무죄를 주장해온 조 교육감측은 2심에서 선고유예가 내려지면서 직위상실 우려가 줄어들게 됐다.
조 교육감은 지난 4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5월 25일 기자회견에서 "고 후보가 미국에서 근무할 때 영주권을 보유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1차로 발표하고 다음날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고 후보가 몇 년 전 미국 영주권이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며 인터넷과 방송 등에서 2차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두 행위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첫 행위에서 의혹이 있다는 사실을 말한 것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무죄로 판단하고 두 번째 행위만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이 있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는 사실을 추가로 공표했으나, 이에 관해 다수의 제보를 받지는 못했으며 뒷받침할 자료도 없었으므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인정된다"면서도 "고 후보의 영주권 보유 사실을 직접적·단정적으로 공표한 것이 아니라 증거의 양을 과장해 간접적·우회적으로 암시했으며 고 후보가 반박할 여지가 있음도 분명히했다"며 죄의 정도가 무겁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악의적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허위사실공표죄로 엄중한 처벌을 하고자 하는 행위인 무분별한 의혹 제기나 흑색선전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비난가능성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선거 결과에 직접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도 밝혔다.
재판부는 1심이 배심원에게 조 교육감의 두 차례 공표 행위를 하나로 뭉뚱그려 '사실을 공표한 것인지, 아니면 의견을 표명한 것인지'만을 쟁점으로 제시해 구체적인 허위사실공표 행위 판단에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은 "1차, 2차 행위 모두 충분히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고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 만큼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상 선거법 위반 사건은 2심과 3심 모두 전심 판결 선고 이후 3개월 이내에 해야 해 검찰 상고로 12월 4일 전에 대법원 판결이 나올 수 있을 전망이다.
조 교육감은 이날 판결 이후 “판결을 통해 선거운동과정에서 후보자 적격 검증을 위한 의혹 해명 요구보다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로 일부 무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재판부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더욱 섬세하고 신중하게 처신했어야 한다고 판단한 점에 대해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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