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내년 유연탄 가격이 어떤 움직임을 나타내는지 때가 돼봐야 알겠지만 (제품가격 하락압력은) 더욱 커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
철강업계와 시멘트업계의 주요 원자재 중 하나인 유연탄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이들 업계가 가격인하 압박에 다시 직면하고 있다. 그간 이들 업계는 총력을 기울여 가격 인하폭을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동결하는데 그친 반면 가격인하 압력은 앞으로도 계속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낸다.
6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호주 뉴캐슬산 유연탄(6300kcal/kg)의 본선인도가격은 2014년 1월 4일 평균 t당 92.13달러에서 올해 8월 28일 기준 57.60달러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최대 유연탄 소비국인 중국이 대기오염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철강업계의 수요부진 등으로 석탄소비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유연탄의 경우 시멘트 생산 단가의 30%를 차지중이며 철강의 경우 쇳물 1t 생산에 유연탄 0.75t이 사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즉 원자재인 유연탄 가격의 영향이 크다. 그간 가격이 크게 하락하며 업체들의 수익성 상승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으나 반대로 하락 압력을 키우는 요소로도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유연탄 가격이 좀처럼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유연탄 소비와 수입에 대해 강력히 규제를 하고 있는데다 호주의 자원개발 정책으로 생산량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약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가격이 바닥을 찍은 만큼 오는 2016년부터 t당 60달러 수준을 회복한 뒤, 일부 광산들이 시장을 이탈하면서 공급과잉이 완화돼 오는 2017년 이후 70달러대를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 역시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로(용광로)를 이용해 철강을 생산중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전방산업 부진과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제품가격을 인상한다면 좋겠지만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가격인상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특히 고부가가치 강종인 자동차용 강판의 경우 국내 자동차업계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하락압력을 꾸준히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시멘트 업계도 건설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곤 있으나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건자재 업계로부터 꾸준히 가격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다. 애초 지난 3월 시멘트 가격 협상에 나선 ‘시멘트·레미콘·건설업 3자 가격협의체’는 협상테이블이 마련된지 5개월이 지난 8월 말에서야 가격을 t당 7만5000원, 레미콘 가격을 ㎥당 6만2100원으로 책정하는 데 간신히 합의했다.
문제는 이제 몇 달 안남은 내년을 걱정해야 할 시기라는 점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간 자동차용 강판 가격에 대해 차 업계에서는 인하요구를 꾸준히 해왔으나 이미 원가 수준까지 내린 바 있어 더 이상 내릴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가격 인하 압력에 순수히을(乙) 입장인 만큼 최대한 절충안을 마련해야 하나 수익성 훼손을 감수해서까지 가격을 인하하긴 어려워 고민이 깊다”고 덧붙였다.
시멘트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내년 시멘트 가격에 대해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으로 지켜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원자재인 유연탄 가격이 상승한다면야 가격협상에서 조금이나마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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