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서 더 행복한 여행, 슬로시티 청산도로 떠나는 가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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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10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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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리에서 내려다본 도락리 바다

아주경제 기수정 기자 =무더운 여름 저만치 물러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간질이는, 어느새 가을이다.

더없이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엔 바쁜 일상에서 밀려 오는 스트레스는 잠시 내려놓고 느린 여행지의 상징 '청산도'로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전라남도 완도군에서 약 19.2km 떨어진 다도해 최남단 '청산도'는 수려한 자연 경관은 물론, 옛 담장길과 구들장 논 등 일상에서 접하지 못하는 전통문화를 오롯이 품은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다.

조급함에 물든 현대인들에게 청산도는 느려서 더 행복한 여행지로 다가온다. 

사부작 사부작 걷다가 만나는 마을 사람들과 정겨운 이야기도 나누며 또 하나의 추억을 쌓는다. 

이곳은 미국 CNN이 선정한 '대한민국 가장 아름다운 섬 4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에 이름을 올리는 등 국내외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더딘 풍경으로 ‘삶의 쉼표’가 되다
 

범바위 슬로길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완도 청산도는 더딘 풍경으로 삶의 쉼표가 되는 섬이다.

푸른 바다와 산, 구들장 논, 돌담길 등은 슬로시티 청산도를 단장하는 주요 매개체가 된다.

청산도의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 이름도 슬로길이다.
 

상서마을 돌담과 담쟁이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청산도 슬로길은 제주올레, 지리산 둘레길 등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길의 반열에 올랐다. 국제슬로시티연맹은 2011년 청산도 슬로길을 세계 슬로길 1호로 공식 인증했다.

슬로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청산도는 천천히 걸어야 그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섬 곳곳에서 가벼운 배낭을 메고 걷는 사람들을 만난다.
 

슬로길 1코스에 위치한 해변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걷기 여행자에게 필수 방문지가 된 청산도는 슬로길 11개 코스를 갖췄다.

길마다 걸맞은 풍경이 어우러지고 사연이 차곡차곡 쌓인다.

총 42km에 이르는 슬로길 전체 코스를 걷는 데 꼬박 2박 3일이 걸린다지만, 여행자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없다. 모두 여유롭고 행복한 표정이다.
 

느린섬 여행학교에 차려진 슬로푸드 한 상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청산도는 2007년 신안 증도, 담양 창평 등과 함께 아시아에서 처음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돌멩이로 투박하게 쌓아 올린 담장, 바다와 어우러진 다랭이논, 얕은 바다에 그물을 친 뒤 줄다리기 하듯 전통 방식으로 고기를 잡는 휘리(揮罹), 제주에서 건너와 정착한 해녀의 미소까지…….청산도의 자연과 사람이 모두 슬로시티로 지정된 배경이다.

◆느림을 형상화한 조각물 '곳곳에'
 

청산도 초분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섬이 지향하는 슬로건 역시 ‘삶의 쉼표가 되는 섬’이다.

느림의 종, 쉼표 조형물 등 느림을 형상화한 조각물이 곳곳에 있다. 뭍에서 청산도를 오가는 여객선 이름도 ‘아시아 슬로시티호’ ‘슬로시티 청산호’다.

청산도의 이미지에는 영화 한 편이 큰 몫을 했다. 청산도 항에서 당리 언덕길을 오르면 영화 〈서편제〉 촬영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인공들이 ‘진도 아리랑’을 부르며 내려오는 장면은 느리게 흘러가는 청산도의 시간을 반영한다.
 

당리에서 내려다본 도락리 바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당리 언덕길은 봄이면 청보리, 가을이면 코스모스로 옷을 갈아 입는다. 

드라마 〈봄의 왈츠〉를 촬영한 화랑포 전망대까지 아우르는 이 길은 청산도를 대표하는 슬로길 1코스다.

당리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배가 드나드는 청산도 항과 도락리 마을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슬로시티 청산도가 그림엽서처럼 한눈에 담긴다.

청산도의 삶이 궁금하다면 슬로길 7코스이자 지난해 국립공원 최고 명품 마을로 지정된 상서마을로 향한다.

상서리는 마을 전체가 구불구불한 돌담으로 채워진다. 바람 많은 청산도의 돌담은 처마까지 층층이 솟았다.

미로 같은 돌담 골목을 배회하다 보면 발걸음도 느리게 머뭇거린다.

성긴 담벼락에는 이끼가 끼고, 돌담 사이에서 자라는 담쟁이덩굴에는 더딘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가을이 깊어지면 담쟁이가 담벼락을 붉은색으로 물들인다. 

청산도에서 볼 수 있는 인상적인 풍경 중 하나는 단연 구들장 논이다. 슬로길 6코스를 지나다 보면 구들장논을 구경할 수 있다.

논바닥에 돌을 구들처럼 깔고 흙을 부어 만든 논으로, 그 아래 배수로가 연결된 모양새다.

자투리땅을 활용해 농사를 짓던 이색적인 논과 경작 방식은 국가 중요 농업유산이자 세계 중요 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청산도 곳곳에서 만나는 해변은 독특한 풍광으로 섬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전한다.

신흥마을 풀등해변(슬로길 7코스)은 썰물 때 모래섬이 드러나는 신비로운 광경을 간직한 곳이다.

진산마을 갯돌해변(슬로길 8코스)은 동글동글한 갯돌이 잔잔한 울림을 준다.

지리해변(슬로길 10코스)은 200년이 넘은 해송 숲과 1km 남짓한 백사장이 어우러져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다.

하룻밤 묵을 요량이면 작은 포구가 있고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촬영지로 알려진 신흥마을이 고즈넉하다.

예전에 북적이던 삶의 단상 역시 섬 한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청산항 일대는 1930년대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고등어와 삼치 파시(波市,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시장)
가 열리던 포구다.

청산항 포구 안쪽 안통길은 파시 문화거리로 조성돼 옛 모습을 조명한다.

두런두런 촌부들의 생활상을 엿보기에는 슬로길 11코스인 미로길이 흥미롭다.

청산중학교에서 도청항까지 이르는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길을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을의 소소한 일상까지도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청산도 곳곳에는 더디게 걷는 길들이 미역 줄기처럼 이어진다.

청산도 남쪽 범바위(슬로길 5코스)에는 섬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자리 잡았다. 전망대 외관도 슬로시티 상징인 달팽이 모양이다. 맑은 날이면 거문도, 제주도까지 보인다.

읍리에 위치한 청동기시대 지석묘(고인돌), 서남 해안의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보여주는 청산진성(슬로길 3코스) 등은 청산도의 역사를 낱낱이 보여준다.

해마다 4월이면 청산도 슬로우 걷기 축제가 열린다.

번잡한 여름을 보내고 10월이 오면 ‘청산도 가을의 향기’도 펼쳐진다. 슬로길 9코스 단풍 길이 가장 붉고 아름답게 물들 때다.

폐교를 되살린 느린섬 여행학교에서 청산도의 다양한 슬로 라이프를 경험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조개 공예 체험 외에도 청산도에서 나는 청정 재료로 만든 슬로푸드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청산도 내에는 주요 여행지를 오가는 슬로시티 순환버스가 배 시간에 맞춰 오간다.

굳이 승용차를 타고 들어서지 않아도 슬로시티를 탐닉하기에 충분하다. 061-550-5151~3

(자료.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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