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 제동이 걸렸다. 내년도 R&D 예산이 사실상 동결됐기 때문이다.
8일 정부가 발표한 ‘2016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R&D 예산은 올해보다 0.2% 오른 18조9363억원이다. R&D는 산업발전 원동력이자 밑거름인 경쟁력으로 매년 정부 예산이 확대된 분야다.
지난 10년간 정부의 R&D 예산은 재정적자 속에서도 연평균 12%씩 증가하는 등 정부 총지출 증가율을 웃돌았다. 지난 15년 간 R&D 예산 평균 증가율은 10.7%로 세계 1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재정 여건에 비해 다른 나라들보다 많은 투자를 해왔다는 반증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R&D 예산은 확충에 매진해왔다. 최근 R&D 예산 증가 현황을 보면 지난 2013년 16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7조8000억원, 올해는 18조8900억원으로 해마다 늘렸다.
특히 내년 R&D 예산은 창조경제 활성화 및 생태계 조성 차원에 따른 20조원을 목전에 둘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보였다. 하지만 0.2%에 그치는 등 이번 동결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배경에는 저성장 속에서 세수가 줄고 재정수지 적자가 급증한 요인이 지목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전폭적 지원에도 R&D 상용화 등 성적이 초라하다는 데 있다. R&D 과제성공률은 98%이나 특허 기술의 70%는 상용화되지 않는 ‘쓸모없는 연구’ 탓이다.
정부출연 연구비를 편취하는 등 R&D 비용을 눈먼 돈으로 취급하는 사례도 이번 동결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줄줄 새는 R&D 예산을 막기 위한 R&D 구조조정을 택한 셈이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차관은 이와 관련해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 시기로 봐 달라”며 내년은 운영 효율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성과미흡 사업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900억원을 감축할 계획을 세웠다. 또 장기계속사업 일몰제도 도입하는 등 효율 제고에 방점을 찍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R&D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번 동결에 대해 언짢은 분위기다. 2017년까지 국가 R&D 투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던 공약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창조경제 핵심을 위한 R&D 예산은 골고루 지원하되, 구조조정 등 R&D 혁신은 동시에 추진하면 될 일이라는 게 R&D 연구진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아울러 창조경제혁신센터 내 중소기업 지원 펀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직접투자비를 늘리는 등 중기 지원을 공언했으나 융자와 보증만 늘려 빚 사업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우상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직접투자는 8174억원이나 융자펀드와 보증펀드가 1조2000억원에 달한다”며 “중소기업들에게 융자와 보증펀드에 의지하게 하고 있다. 말로만 창조경제 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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