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최근 노사간 갈등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국 자동차업계에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고용’과 ‘임금’간의 빅딜이 제시됐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협력적 노사관계를 정립한 일본, 독일, 미국, 프랑스와 달리 고비용·저효율의 후진적 노사관계에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없다는 위기론에 한 목소리를 냈다.
◆ "노사관계 패러다임, ‘협력·합리·중장기형’ 전환해야"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8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자동차 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방안 세미나’에서 국내 자동차산업에 ‘노사관계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정립할 것을 제안했다.
김 회장은 “대립·갈등·단기형으로 이뤄진 국내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협력·합리·중장기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국내 노사관계는 국내적 시각에 머물러 있고, 단기적 이해배분적인 상태라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다면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제조업의 미래가 어둡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노사패러다임을 임금과 고용간의 합리적 빅딜 협상구조로의 전환 △1년 단위 노사간 단기협약을 3~4년 단위의 중장기 협약으로 체결 △노사 합의는 법적 효력에 준하는 안전성 보장 추진 △회사의 경영권 보장과 노동쟁의의 합리적 제한 추진 등을 제시했다.
특히 약 4년 주기로 신차가 제작되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최소 3년 기간의 노사간 빅딜 타결을 추진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임금 및 단체협상을 3~4년 단위 협상으로 중장기화하고, 임금인상 수준을 사전 확정할 필요가 있다”며 “2~3년인 노조위원장의 임기도 4년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日·獨·美·佛, ‘협력적 노사 관계’ 벤치마킹 필요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도요타, 폭스바겐, GM, 르노 등 주요 선진 4개사 임금 및 노사관계 발표를 통해 “결국은 회사가 생존해야 고용도 늘어나고 노동자들의 권익이 향상 될 수 있다”며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노사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도요타의 경우 1962년 노사선언을 통해 신뢰에 기반한 친경영 노사관계가 정착됐다. 노조의 쟁의와 대량 해고의 노사대립은 모두에게 피해만 입히게 된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후부터다.
독일 폭스바겐은 1990년대 초부터 두 번에 걸친 경영위기에서 노조의 책임의식이 발휘됐다. 높은 인건비 등 고비용 구조로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대신 고용 창출을 위해 기존 공장보다 임금 수준이 20% 낮은 오토(Auto) 5000이라는 신공장 건설에 합의했다.
미국 GM은 기업파산을 계기로 생존을 위해 노조의 양보가 이뤄졌고, 프랑스 르노는 위기를 노사정 대타협으로 극복했다.
반면 한국 노사관계는 1987년 이후 '파업'을 통한 문제 해결 방식이 관행화 돼 심각한 노사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 노사간 갈등이 폭발한 금호타이어 직장폐쇄, 현대차 임단협 진통, 조선업 연대파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 실장은 “주요 해외기업 노조는 중요한 위기상황에서 임금, 노동시간, 고용 등의 유연성을 확대해 경쟁력을 확보 했다”며 “한국 자동차업체 노조는 단체협약을 통해 경영에 간섭하지만 경쟁력 향상에 제약을 가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현철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한 토론에서는 근로자 파견법 개정, 파업권 남용 방지 위해 대체금지 근로규정 삭제 등 법 개선과 함께 낮은 평균 매출액 대비 높은 임금을 개선해 노동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주문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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