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충청권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의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은행장, 카드·보험사 최고경영자(CEO) 등 주요 금융사 수장 자리를 차지하며 위세를 떨치고 있는 모양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충청권 인사들이 잇따라 금융사 CEO 자리에 오르며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MB정부 시절 영남 출신들이 금융권 CEO 자리를 독식하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으로, 금융 권력의 중심이 충청권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달부터 메가뱅크의 첫 수장 자리에 오른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충남 부여 출신이다. 행장 자리에 오르기 바로 직전까지 하나은행 충청영업본부를 이끌었다. 또 올해 은행장으로 선임된 이광구 우리은행장(충남 천안), 조용병 신한은행장(충남 대전), 박종복 한국SC은행장(충북 청주) 등 주요 시중은행장 역시 충청도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취임한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충남 보령이 고향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올해 연임에 성공한 김덕수 KB국민카드 대표가 대전고와 충남대를 졸업했고, 보험업계에서는 지난해 취임한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이 대전 출신으로 충남고를 나왔다.
◆ 충청도 특유의 유연함 바탕 소통에 적극적
이들 충청권 출신 인사들은 특유의 유연함을 바탕으로 조직원들과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함영주 행장은 행원으로 입행해 친화력과 성실함으로 영업 성과를 인정받아 은행장까지 올랐다. 본부장 시절부터 매주 조깅과 산행 등을 통해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1000여명에 달하는 충청영업그룹 전 직원의 이름과 생일, 애로사항을 기억할 정도다. 작년에는 직원들과 야간 산행을 하고 직접 직원들의 발을 닦아줬다는 일화도 있다.
김용환 회장은 정통 재무관료 출신이지만, 관료답지 않은 부드럽고 유연한 사고를 갖췄다는 평가다. 김 회장 역시 직원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수출입은행장 시절 우수 부서를 찾아가 간식을 나눠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해피 바이러스', 젊은 직원들이 행장실을 직접 찾아 개선사항을 건의하는 '오픈 하우스' 제도를 운영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조직 내부에서 덕장으로 신망이 높다. 조 행장도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나누는 스타일로 부하 직원들의 업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평가가 많다. 또 두주불사형이면서 마라톤 마니아일 정도로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 8일 덕수궁에서 영업현장 직원들과 역사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며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CEO와 함께하는 토크콘서트'로 서울·경기·부산·포항·전주 등 각 지역에서 선발된 우수 직원 50명이 참석해 영업 노하우와 우수 사례를 공유했다.
◆ 충청권 금융시장 확대… 정치적 부담도 적어
금융권 안팎에서는 충청권 인사들이 연이어 발탁되는 것에 대해 세종시 출범 이후 충청권 금융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배경으로 꼽고 있다. 충청권은 수도권 이외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있고, 지난 2013년에는 충청도 인구가 처음으로 호남을 앞지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금융권 수장들이 잇따라 충청을 방문하면서 영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비교적 정치적 색채가 강하지 않다는 점도 거론된다. 정부나 정치권 입김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금융업 특성상 그동안 CEO 인사 때마다 정치권 외압 논란에 시달려왔지만 충청권 출신은 상대적으로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운 편이라는 특징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충청권 인사들의 특징은 유연함"이라며 "유연함을 바탕으로 한 소통능력과 친화력으로 조직을 이끌 뿐만 아니라 뛰어난 영업성과도 보여주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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