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윤정훈 기자 = ‘강력 투쟁’을 선포했던 산업계 노조가 속속 사측과 타협점을 찾으며 임단협을 원활히 마무리 짓고 있는 반면, 일부 산업계 노사간 대립은 더욱 격화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큰 문제 없이 마무리 지은 사업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서로 협력하자며 대승적인 합의를 이뤄낸 반면, 일부 노조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기 전 까지 양보는 없다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임단협 협상안에 대한 찬반투표결과 전체 협의회원 5522명 중 93.3% 5155명이 참여해 70.3%의 찬성률로 협상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기본급은 0.5% 인상하는 반면 공정시간(리드타임) 10%를 단축하고, 격려금으로 1인당 250만원을 지급받게 된다. 또 임금협상 타결시 격려금 1인당 150만원, 설·추석 귀향비 1인당 각 30만원, 노사화합 및 위기극복 실천 격려금으로 1인당 50만원을 각각 지급받는다.
경남 통영의 성동조선해양 노사도 이날 임단협 조인식을 갖고, 정기호봉승급 외에 임금인상을 동결하고, 통상임금에 대한 논의를 내년으로 연기하는데 합의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해를 넘겨 올해 초 임단협이 마무리 된 것과는 대조되는 분위기다. 이는 올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데다 업황개선이 더딘 만큼 노사 모두 한 발 양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임단협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노조가 올해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있어 파업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경우 올해 추석 전까지 임단협이 마무리 되지 않을 경우 17일 7시간에 걸친 대규모 파업을 예고한 상태라 협력업체 및 관련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원성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가 올해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일부러 파업이라는 강수를 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조선업계를 살린다기 보다 오히려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전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또 파업으로 공장가동이 중단될 경우 일부 협력업체들과 근로자들이 피해를 입게 돼 노사 모두 상처만 남을 이번 파업은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및 타이어 업계 노사간 대립도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금호타이어와 현대자동차가 임금피크제 등 주요 쟁점을 놓고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마찰을 빚으면서 추투(秋鬪)가 추투(醜鬪)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을 투쟁이 못난 투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피크제 등 주요 협의안을 놓고 22차 본교섭까지 진행했다. 지난 6월 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양측은 임단협을 수차례 진행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일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다. 이에 중노위는 지난 9일 1차 회의를 열고 사측과 노측의 입장을 들었고, 11일 오후 1시 30분에 열리는 2차 조정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조정회의에서 ‘조정중지’ 명령이 떨어지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산업계에서 가장 먼저 파업을 시작했던 금호타이어의 임단협도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전면파업을 시작한 노조에 대항해 사측은 지난 6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대표 간에 9일 단독면담이 이뤄져 임단협 극적타결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창규 금호타이어는 대표이사와 허용대 전국금속노조 금호타이어 대표지회장은 9일 오후 2시부터 10일 오전까지 마라톤 면담을 진행했다. 이 면담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노사는 임단협에서 잠정합의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노측 관계자는 “처음부터 사측이 이런 제안을 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면서 “노조측에서 제시한 일괄수정제시안에 대한 회사 측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 관계자는 “장기간 파업은 노사 서로에게 손해가 크다. 또 협력업체 등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대표 간 단독면담을 보고 임단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알 수 없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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