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해외 피폭자에게도 의료비 전액 지급" 결정...이르면 연내 지급 절차 착수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일본 정부가 외국인 피폭자에 대해서도 동일한 의료비를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도통신이 10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시오자키 야스히사 후생노동상은 참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서 해외의 피폭자에게도 일본 내 피폭자와 동일하게 의료비 전액을 지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올해 안에 필요한 시행령 개정 등의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피폭 관련 의료비는 일본 국내법인 피폭자 원호법에 따라 지급되고 있다. 이 법에 국적, 거주지 등에 따른 차별 규정은 없지만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의료제도가 다른 외국 거주자를 대상으로 하면 적정한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내세워 의료비 지급 대상에서 해외 거주 피폭자들을 제외했었다.

대신 피폭자 원호법과는 별개의 규정을 들어 현행 30만엔(약 295만원)의 한도 안에서 해외 거주 피폭자에게 의료비를 지급하고 있다.

앞서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난 8일 한국인 원폭 피해자 이홍현(69) 씨 등이 일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료비를 전액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일본 오사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고재판소는 "재외 피폭자들이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전제하고 "의료비가 전액 지급되지 않는 것은 법의 취지에 반(反)하는 것"이라며 피고인 오사카부의 상고를 판사 5명 전원일치로 기각했다.

후생노동성은 앞으로 재외 피폭자들의 의료비 신청처 등 지급 절차와 관련한 세칙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