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윤주혜 기자 = "출퇴근 시간 이외에 지하철의 맨 마지막 칸을 아동이 동반된 승객들에게 전용공간으로 배려하는 건 어떨까요."(국제고 한도울양)
"이런 아이디어를 언제 어떻게 생각한 거예요. 너무 훌륭해 수시모집 추천서라도 써주고 싶네요."(박원순 서울시장)
11일 오전 10시 서울광장에 마련된 '제안존(zone)'. 박원순 서울시장은 마치 본인의 집무실에서 간부 공무원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분주하게 메모를 옮겼다. 이 자리는 실제 시장실이 옮겨진 것은 아니고 '2015 함께서울 정책박람회' 일환으로 시민들이 직접 박원순 시장과 만나 소통하는 '서울광장은 시장실' 모습이다.
서울시의 주요 정책을 쉽고 자유롭게 제안하는 이번 '시민참여의 장'에서 박 시장은 시민들과 눈을 마주치며 한 마디라도 놓칠까 꼼꼼하게 아이디어를 적었다. 한 시간 가량 이어진 이벤트는 △안전한 도시 △따뜻한 도시 △꿈꾸는 도시 △숨쉬는 도시 △열린 도시 등 5가지를 테마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정책 제안자로 나서려는 시민 행렬은 고교생부터 어르신까지 연령에 상관없이 행사 동안 길게 늘어섰다. 박원순 시장과 가장 먼저 독대에 나선 한도울(18) 학생은 '아동 동반승객 우대칸 지정'을 건의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지하철 혼잡도가 덜한 시간대에 양 끝칸을 아동과 함께 탑승한 이들에게 양보하자고 했다.
한도울 학생은 "아동 보호자 배려 차원에서 지하철의 일부 시간대, 일부 공간을 양보해 부모와 아이들이 더욱 편하게 이용토록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지하철이 특정 시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면서 한편으로 공공예절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교생의 참신한 생각을 전해 들은 박원순 시장은 "훌륭하다. 칭찬이 절대 아깝지 않다"면서 "수시모집 추천서를 써주고 싶다"고 환하게 웃으며 즉석으로 제안했다.
고교생의 짧은 대화시간이 끝나자 작가지망생, 공공기관 직원 등 각계 분야에서 의견을 건넸다. 박원순 시장은 사전 7개의 구상을 준비했지만 시간이 없어 서둘러 일어서려던 중년 남성에게 "괜찮다. 모두 말씀해도 무관하다. 아이디어가 상당히 흥미롭다"고 전했다.
이날 10여 명의 시민들과 대화를 나눈 박원순 시장은 "오늘 함께한 시민들이 '진짜 지식인'이다. 이들이 들려준 생각들은 세심히 고민하고 검토해 시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장에서 접수된 제안은 1차적으로 박 시장과 실·본부·국장이 상담을 벌인 후, 담당부서에서 추가적으로 실무검토를 거쳐 정책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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