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 비밀 연구소. 사진=이마트 제공]
아주경제 정영일·김현철 기자 = 이마트가 새로운 형태의 유통 매장을 곧 오픈한다.
가격이 저렴한 PB제품만 모아서 판매하는 일명 'PB마트'다. PB 제품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주문 생산하는 방식이어서 가격이 30% 이상 저렴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3일 "신세계가 PB 상품만 모아서 판매하는 매장을 빠르면 올해 안에 오픈한다"고 말했다. 첫 점포는 경기도 안양 지역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PB(private brand products) 상품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제품을 주문 생산, 유통업체 브랜드로 내놓는 것이다.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신세계는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한 힌트도 줬다. 새로운 형태의 매장인 '이마트 타운'이 11일 만에 145억이라는 매출을 기록,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직후였다.
당시 이마트는 '52주 발명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이마트 비밀 연구소'를 조직했다. 슬로건은 '세상에 없던 상품과 가격을 만들어 새로운 이마트를 발명하자'는 것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고객이 항상 기대하는 매장을 만들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를 위해 이갑수 이마트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발명 위원회'도 구성했다. 위원회는 △기존 상품과 서비스를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바라보고(Again) △업태의 경계를 허물어 생각하며(Borderless)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Creation) 해 발명의 기회를 만들자는 의미의 '발명 ABC'를 정립했다.
이 과정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 바로 'PB 마트'다.
이마트가 신개념 유통채널을 기획하면서 벤치마킹한 곳은 독일 할인점 체인인 '알디'(Aldi)와 일본 최대 유통 기업인 '이온'이 운영하는 '주스코'(JUSCO) 슈퍼마켓이다.
1962년 첫 점포를 오픈한 알디는 독일 최대 규모다. 유럽 여러 국가와 미국·오스트레일리아에도 점포를 오픈, 현재 1만개 가량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1923년 오픈한 주스코는 이온의 옛 사명이다. 이온그룹은 이마트 타운과 같은 이온 타운을 현재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소품종, PB 상품 위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대형마트가 NB(national brand , 제조업체 브랜드) 상품을 받아 판매 중개 역할만 하는 현재의 대형마트 영업 구조와는 다르다.
정 부회장이 'PB 마트'에 자신감을 갖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개발한 PB 상품이 다양하고 백화점, 대형마트와 편의점까지 유통망을 운영한 노하우 때문이다.
이마트 전체 매출 가운데 PB 상품 판매 비중은 2010년 26.7%로 정점을 찍은 이후 현재 20% 수준이다. 올해는 6월까지 20.4%를 기록, 연말까지 25% 이상의 비중을 회복할 것이라는 것이 신세계 측의 설명이다.
이같은 공격적인 행보는 국내·외 실적 호조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는 2013년 2월 홍콩 왓슨그룹이 운영하는 소매점인 'PARKN SHOP' 60여개 매장에 라면·당면·쌈장·고추장·꿀대추차 등 PB가공식품 7개 품목 128개를 처음 공급한 이후 지난해에는 2배 이상 성장한 82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55만 달러를 기록, 연말 기준으로 100만 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형태의 해외 진출은 알디(Aldi)와 주스코(JUSCO)가 매장을 확대했던 방식과 동일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PB마트' 오픈을 기정사실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의 신 유통채널 진출에는 어려움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PB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생력을 갖추면 별도로 상품을 제작하거나 집단 반발할 경우 공급 문제도 뒤따를 수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이른바 ‘갑’으로 불리는 인기 제품을 갖고 있는 NB업체들의 반발이나 납품가 인상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신세계가 또 다른 채널로 틈새시장 공략을 한다면 상품군이 겹치는 소상인 및 지역 상권과의 독과점 논란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업체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70% 이상이 PB제품으로 운영될 정도로 활발한 상황이어서 한국의 경우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조업체로서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매대 확보를 포함해 PB 제품에 대한 대형마트의 지원이 적극적일 것으로 전망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마케팅 등 제반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신세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새로운 유통 채널 개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면서도 "대형 유통업체들이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든 구조에서 신성장동력 발굴은 기업이 당연히 해야할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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