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 뇌물수수와 공금횡령, 성폭행, 성매수, 방화, 몰카… 뒷골목 우범지대 얘기가 아니다. 우정사업본부 근무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 이런 비위행위가 해마다 100여건씩 재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독 책임이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나 감사원이 손을 놓아 온 탓도 커 보인다.
14일 아주경제가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로부터 단독 입수한 자료를 보면 우본이 직원을 대상으로 징계를 내린 건수는 2013년 155건, 2014년 143건, 2015년 1~8월 98건에 이른다. 3년도 채 안 돼 400건에 맞먹는 것으로 2~3일에 1차례 꼴로 비위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중징계 처분인 해임과 파면, 강등만 2013년 22건, 이듬해 6건, 올해 15건에 이른다. 견책과 감봉, 정직도 각각 189건, 91건, 73건에 달했다.
물류부서 행정사무관 A씨는 올해 6월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성 신체부위를 촬영해 2개월 감봉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 부서 우정8급 직원은 2014년 10월 성폭력 문제로 파면 조치됐다. 같은 부서 우정9급, 우정7급 직원도 비슷한 시기 각각 지하철 내 성추행, 성매매를 이유로 해임, 견책됐다.
금품·향응수수도 단골 비위행위다. 그러나 해당직원은 강등 또는 감봉 징계를 받는 데 그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음주운전에 따른 과실치사, 상사폭행, 허위 사고경위서 작성, 재물손괴, 우편물 절취, 공금횡령, 방화, 근무지 이탈을 비롯해 근무기강 해이가 셀 수 없을 정도다.
이에 비해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자료를 보면 감사원은 최근 3년 동안 우본에 대해 2013·2015년 상반기 2차례만 감사를 벌였다. 이마저도 직원 비위행위에 대한 감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은 당시 우본 운영실태와 소극적 업무처리, 국민부담 유발행위에 대해서만 들여다봤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굴리는 우본은 금융투자업계에서 갑질 논란도 일으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우본 운용역에게 매매수수료를 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사가 자산운용 또는 거래중계 대가로 받아야 할 수수료 일부를 우본 운용역이 개인적으로 빼돌렸다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일부 운용역에 대해 내부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수료 편취와 관련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본은 앞으로 청렴교육 강화로 윤리인식 제고에 노력할 것"이라며 "사전 예방조치와 비위자에 대한 엄중문책도 병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송호창 의원은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국민과 매일 대면하는 우정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며 "우본은 근무기강을 바로잡고 비리근절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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