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극단적인 노사 분규 상황이 처했을 때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들이 회사측을 향해 던진 구호다.
1960~1970년대 극도의 저임금을 감내하며 기업과 국가 경제의 성장에 기여했던 근로자들은 88서울 올림픽을 전후로 꽃핀 ‘3저 시대’가 도래하자 그동안의 희생에 대한 보답을 받아야 한다며 임금 인상을 주장했다. 전국에 소재한 대부분의 기업과 공장에서 벌어진 노사분규는 폭력이 수반되는 등 부작용을 낳긴 했으나 노조와 조합원들은 한 하나의 목표, 즉 “사람답게 살고싶다”는 바람을 관철시키고자 했다.
세월이 흘러 21세기를 지나, 201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1980년대와 비슷한 양상의 노사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사측에 대한 노조의 반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확연히 달라졌다. 임금인상, 조합원 처우개선이라는 선을 넘어 사측의 고유권한인 경영에까지 개입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을 월 15만9900원 올려 달리는 한편, 흑자가 났을 경우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회사 전체 조합원 숫자(4만8585명)를 감안할 때 임금 15만9900원 인상하는데 1년에 932억원의 인건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작년 당기순이익(7조5500억원)을 기준으로 당기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제공하려면 2조2650억원이라는 거액이 필요하다. 현대차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9400만 원으로 이미 국내 산업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해고자 원직복직 및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해외공장 생산량에 대한 노사합의, 국내공장 신·증설 검토,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등이 대표적이다.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현대차 노조는 14일부터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30분까지 일하는 2조 조합원의 잔업을 거부하기로 했다. 또한 노조는 또 노사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19일과 20일 예정된 주말 특근도 하지 않기로 했다. 노조는 이번주 사측과 집중 협상을 벌일 계획이지만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다음 주부터 파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임금인상 요구도 무리지만 인사 및 경영권 개입 문제를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인사권과 경영권은 노사간 교섭대상이 아니지만 노조는 매년 사측에 이를 요구하고 있다.
비단 현대차 문제만은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자동차·호학·정유·조선·은행 등 주요 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14일 발표한 단협 실태 상황을 살펴보면, 8개 기업의 단협에 인사·경영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조선 H사는 회사를 매각·합병하거나 양도, 폐업, 공장이전을 하고자 할 때 1개월 전에 조합에 통보하고 단협과 노조를 승계할 것을, 자동차 A사는 경영상 또는 기타 사유로 격지간 전보, 배치전환을 실시하고자 할 때, 본인의 이의제기시 사측은 노조와 협의토록 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이들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노조 간부에의 인사를 승진, 전보 시킬 경우 노조와 사전협의 토록 했다. 노조가 사측의 견제없이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한다는 측면이 부각된 것이지만, 이 조항이 오히려 부정을 저지른 노조 간부를 보호해주는 방패막으로 활용될 우려가 더 크며, 조업 인원수가 부족한 상황을 부서 배치로 보충하기 위한 회사 운영도 불가능하다.
많은 근로자들은 높은 임금, 조합원들의 조합비로 마련한 풍부한 재원에 단협으로 보장되는 권한까지 더해 상당수의 대기업 노조는 일반 근로자들은 상상할 수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하고 있다. ‘황제노조’ 또는 ‘귀족노조’라는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개선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귀족노조가 결국 국내 공장을 해외로 나가게 하고 청년실업을 양산하는 원흉이다”며 “기업이 외부환경에 대응해 신속한 투자결정을 할 수 있도록 노조의 인사·경영권 침해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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