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분노를 삭히지 못하는 세상이다.
후배가 선배를 고소하고 자식이 부모를 고소하고 학생이 선생을 고소한다. 한두 명의 자녀를 귀하게 낳아 길러 모두가 왕자, 공주인 요즘 엄하게 한두 대 때리기라도 했다가는 까딱하면 철창 신세지기 십상이다.
지난 3월 멤버 중 한명이 성폭행 혐의로 고소 당한 5인조 보이그룹 '제스트(ZEST)'가 최근 멤버를 정리하고 3인조 유닛 '제스트젯(ZEST-Z)''으로 컴백했다. 보통 문제를 일으킨 아이돌 그룹은 컴백하더라도 이름을 바꾸고 다른 그룹으로 데뷔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이하게도 제스트는 제스트라는 이름을 버리지 않은 채 해당 멤버 그대로 다시 돌아왔다. 물론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멤버와 나이 어린 멤버까지 2명이 아직 정신적 충격이 극복되지 않았다며 활동에서 빠졌지만, 그들은 "한번 제스트는 영원한 제스트"를 외치며 정면돌파를 택했다.
제스트의 소속사 대표는 "제스트 멤버에 대한 성폭행 혐의는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며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지만 성폭행은 없었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성폭행인지, 사랑해서 관계를 가졌지만 남자의 마음이 식어버리자 앙심을 품고 고소를 한 것인지 알수는 없다. 진실은 두 사람만이 알 수 있을 뿐이지만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약점처럼 잡힌 채 활동해야하는 그들에게도 고뇌는 있다.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는 "팬클럽 활동을 열심히 해주는 팬이 너무 고마워서 몇번 SNS로 대답을 해주고 코디네이터라는 그녀의 조언대로 의상도 입어봤더니 내가 자기를 사랑해서 본인 말대로 의상을 입는 등 자기 사랑에 응답을 했다고, 서로 사랑했다고 주장하는 팬 때문에 한동안 곤혹을 치렀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소위 사생팬들은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그들의 삶에 녹아들기를 원한다.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물리적인 행사도 서슴치않는다. 실제 스타에 의해 농락당했는지 스타를 너무 동경해서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해졌는 지 겉으로 보아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사생팬에 의해 일상 생활을 위협받을 만큼 지나친 팬심에 의해 스타들도 고통받는다.
화가 나면 앞일을 생각하지 않고 화를 내고 스타를 동경하면 그들을 좇아 현실도 내팽게친다. 하지만 일상은 흘러가고 쓸데없는 분노와 환상에 젖는 사이 나의 꿈도 훼손되어 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나를 스스로 망가뜨려가며 지나친 팬심에 젖을 필요는 없다.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밀당이 필요하듯 팬과 스타의 적절한 거리 유지는 스타를 오래도록 사랑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부디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부터 챙기기 바란다. 지나친 복수심과 넘치는 팬심으로 망가지고 상처받는 것은 나 스스로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