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 저자는 어느 날 시속 200킬로미터로 아우토반을 달릴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달려보지 못한 속도를 느끼며 자연스럽게 아우토반의 매력에 빠졌다. 아우토반에 대해 하나둘 알아가다 보니 독일이 자랑스러워하는 자동차의 특징과 우리나라와 다른 교통 문화, 그리고 독일인의 성격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독일의 자동차와 교통 문화를 몸으로 알아가면서 그들의 운전 태도, 신호 체계, 도로 시스템 등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쏟아지는 자동차 관련 정보들은 저자에게 재미와 고민을 동시에 던져주었다. 그는 자동차를 통해 독일이란 사회를 알아갔고, 반대로 독일이란 나라를 통해 자동차를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종합적 기록이다.
자동차 운전을 할 때 독일인들은 속도와 신호를 잘 지키고, 정지선이나 고속도로 통행 규칙 등을 잘 지키는 국민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평소보다 두세 배 빠른 속도로 아우토반을 달리는 독일인들을 보면 꿈틀대는 반전의 욕망을 읽을 수 있다. 그들에게 자동차는 실용적 생활의 도구지만, 아우토반을 만나면 자유를 향한 강한 욕망을 표출하기도 한다. 독일인들과 독일 사회를 보려면 먼저 자동차와 아우토반을 이해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독일의 자동차 문화는 남다르다. 안전한 교통 문화 시스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아우토반,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ADAC)와 전문 자동차 잡지, 그리고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 등. 이런 토대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1500만 명이 즐겨 찾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독일과 같은 수준 높은 자동차 문화를 우리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교통 시스템을 고치고 기초부터 철저하게 교육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비판을 아끼지 않는 언론과 소비자의 뜻을 대변하는 단체를 만든다면 우리도 독일과 같은 자동차 문화를 가질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바가 이것이다. 416쪽 | 1만66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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