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의 경우 18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고, ‘베테랑’은 60억원이 들어갔다. 투자대비 수익을 따지자면 ‘베테랑’이 크게 웃은 셈이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이하 NEW)의 경우 3월 ‘스물’(304만 4100여명)로 재미를 보고 여름시장에서 ‘연평해전’(601만 6500여명)으로 대박을 치면서 배급사 빅4의 위상을 이어갔다.
반면 업계 2위인 롯데엔터테인먼트(이하 롯데)의 경우, 전반적으로 올해 농사를 망쳤다는 평가다. 외화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324만 300여명)와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612만 5800여명)이 선방을 했으나 두 작품 모두 흡족할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롯데의 작품들이 모두 ‘망작’이라 그랬을까? 호불호, 호평과 혹평이 갈리기는 다른 배급사들의 작품들 모두 그랬다. 달리 말해 롯데의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컸기 때문에 실망도 컸다고 볼 수 있다.
각설하고, 롯데는 현재 총체적 쇄신이 필요하다.
솔직하게 말해 영화계에서 시나리오들은 CJ를 먼저 거치는 경우가 많다. 이어 롯데, 쇼박스, NEW에게로 가는 경우가 있는데, 작품이 나빠서 CJ가 거절하고 다음 투자배급사에 시나리오가 간다기보다는 이미 투자가 결정된 작품 중 비슷한 스토리가 있거나 이미 ‘출전 선수들’의 라인업이 짜여져 있는 상황이라 받지 못하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롯데나 쇼박스, NEW에도 마찬가지다.
롯데의 문제점은 여기서 드러난다. 영화제작사 입장에서는 전국적으로 CJ CGV라는 큰 유통망을 가진 CJ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게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이다. 그 다음은 당연히 롯데시네마와 궤를 같이하는 롯데가 2순위다. 투자배급사의 마인드를 이유로 CJ나 롯데가 아닌 쇼박스, NEW에 먼저 시나리오를 건네는 곳도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CJ를 차치하고, 롯데가 쇼박스, NEW에 밀리는 현상은 ‘모험심’이 부족해서다. 롯데는 그동안 안정적인 작품을 하길 원해왔다. 성적이 좋은 인기 감독들과 계약을 맺고, 불확실한 시나리오에는 투자를 꺼렸다.
롯데는 ‘가능성’을 간과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스토리나, 너무 신선한 책에는 손사래를 쳤다. 신인 감독들과 손잡은 작품이 적은 편이기도 하다. 쇼박스나 NEW는 달랐다. 전투적이고 적극적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신인 감독이라 할지라도 가능성을 믿었다. 해당 작품들의 제목을 거론하기에는 ‘죽은 자식 고추 만지는 격’이라 언급하기에는 그렇지만, 쇼박스나 NEW에 가서 ‘중박’ 이상을 친 작품들이 꽤 된다.
그렇다고 롯데가 ‘보는 눈이 꽝’인 것도 아니다. 지난해 ‘타짜2-신의 손’(401만 5300여명) ‘해적: 바다로 간 산적’(866만 6200여명) ‘역린’(384만 9400여명) 등 꾸준한 성적을 낸 바 있다. 그래도 ‘결정적 한방’이 부족하다.
빅4 중 유일하게 천만관객 동원 영화를 배출하지 못한 롯데가 ‘천만클럽’에 가입할 날을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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