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탐정: 더 비기닝’(감독 김정훈·제작 ㈜크리픽쳐스) 개봉을 앞두고 지난 14일 권상우와 만났다.
“사실 이전까지는 영화사 대표가 누군지, PD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촬영을 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이번 ‘탐정’은 달랐죠. 스태프도 배우들도 가족처럼 지냈어요. 굉장히 인간적인 작업이었다는 기분이 들어요.”
‘탐정: 더 비기닝’은 미제살인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국내 최대 파워블로거이자 한국의 셜록홈즈를 꿈꾸는 강대만(권상우 분)와 ‘광역수사대 식인상어’라는 화려한 전적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퇴물 형사 취급을 받는 노태수(성동일 분)가 힘을 합쳐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범죄수사극이다.
이렇게까지 지질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아내에게 꽉 잡혀 사는 대만은 슬리퍼 끌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거나, 자동차 뒷좌석에서 갓난아이의 기저귀를 갈기도 한다. 그의 말마따나 “한류스타답지 않은 캐릭터”인 것이다. 하지만 정작 권상우는 지질한 남자 대만에 대해 “작품만 좋다면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지 않겠냐”며 씩 웃어버린다.
“해외 활동이며 드라마에 집중하다 보니 영화계에서 멀어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소외감도 느꼈고요. ‘열심히 노력해서 주인공이 돼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작품이에요.”
열등감으로 시작된 영화. 영화에 대한, 연기에 대한 깊은 갈증을 느껴왔던 권상우에게 ‘탐정’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 작품이었다.
“영화 ‘통증’ 촬영이 끝나고 회의감을 많이 느꼈어요. 제 연기에 대해, 작품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그런 의미에서 ‘탐정’은 저의 과도기를 뚫고 나오게 된 작품이기도 해요. 제가 가진 코미디 센스나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했던 아빠로서의 모습 등,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죠.”
아버지로서, 배우로서, 40대를 앞둔 한 명의 남성으로서. 권상우는 끊임없이 고민했고,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이해하고, 수긍하는 그의 태도는 몇 가지 오해를 불러일으켰는데, 그중 하나가 “자신감을 잃은 게 아니냐”는 점이었다. 하지만 권상우의 유연함은 자신감을 잃은 것과는 달랐다. 오히려 그는 점점 더 나아가고 있다. 자신을 인정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태도는 그를 더욱더 ‘괜찮은’ 배우로 만들고 있었다.
“항상 지적받는 목소리 톤이나 대사, 발음 같은 것들은 계속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단점이 있는 배우기 때문에 더 많은 장점을 개발해야 하고 노력해야 하죠. 이제는 정말 연기를 보여드려야 할 때에요. 저의 숙제기도 하죠.”
이전과는 다르게 “영화평이나 연기평에 대해 받아들이려 한다”고 했다. “마냥 기분이 나빴던 것과는 달리 ‘그런가?’하고 인정할 줄 알게 됐다”는 권상우. 이해의 과정에는 방황과 시련이 따라붙었고 그 시간 동안 그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
“아직도 많은 분이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제 대표작으로 꼽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커요. 사실 그 당시에는 최고로 관리된 몸도, 액션도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그 모습을 권상우의 최고치라고 생각하시니까 아쉽기도 하죠. 정말로 최선을 다한, 최고의 액션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항상 체력을 유지하려고 해요. 그런 작품을 만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해요.”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