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과 무리뉴, 너무 비슷한 그들의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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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1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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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화 제공, 첼시 공식 홈페이지]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72) 감독과 세계 축구계의 스타 조세 무리뉴(Jose Mourinho, 52, 포르투갈) 감독. 20년의 나이차가 존재하고 국적도 종목도 다른 이 두 감독에게는 신기할 정도로 공통점이 많다. 이들이 살아온 인생 경로, 성격, 경기 운영 방식뿐만 아니라 최근 처해 있는 상황도 그렇다. 한국 프로야구와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두 감독의 묘한 ‘평행 이론’에 대해 알아봤다.

한화 감독을 맡고 있는 김성근은 선수 생활을 짧게 했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한국에 건너와 프로야구가 생기기 전 실업야구팀 에이스 투수로 활약한 그는 혹사로 인해 겨우 8년 만에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포르투갈 국적의 무리뉴도 마찬가지다. 축구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사실 선수로서는 큰 재능이 없었고 작은 팀에서 무명 선수로 뛰다 결국 6년 만에 선수를 그만 두고 축구 지도자의 길로 나서게 됐다.

두 감독의 지도자 생활은 처음엔 순탄치 않았다. 김성근은 1968년 선수 생활을 마친 후 이듬해부터 바로 지도자로 나섰다. 중간에 잠시 실업팀 감독을 맡기도 했지만 84년 전까진 마산상고를 비롯한 몇몇 고등학교의 감독으로 부임해 야구를 가르쳤다. 김성근은 이후 ‘OB베어스’(1984~1988) ‘태평양 돌핀스’(1989~1990) ‘쌍방울 레이더스’(1996~1999) ‘LG 트윈스’(2001~2002)의 감독을 맡아 자신만의 스타일로 팀의 성적을 향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우승은 한 번도 하지 못했고, 대부분 구단과 갈등을 겪으며 감독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사진= JTBC 방송화면 캡처]

김성근은 LG에서 경질된 다음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의 초청 코치로 부임하며 일본 야구를 흡수했고 자신의 야구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SK와이번스’의 사령탑을 맡았으며,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팀을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켜 3번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2010년 시즌 도중 구단과의 갈등으로 경질되긴 했어도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팬들의 뇌리에 남기에 충분했다.

무리뉴도 마찬가지다. 처음은 좋지 않았다. 축구 선수를 그만 둔 무리뉴는 학교 체육선생으로 일한 후 몇몇 유소년 축구팀 감독을 맡았다. 그러다 92년 우연히 세계 최고의 축구 감독이었던 브라이언 롭슨의 통역을 맡게 되면서 축구 전술에 눈을 뜨게 된다. 롭슨과의 인연으로 무리뉴는 세계적 클럽 ‘바르셀로나’의 수석코치, 2군 감독 등의 요직을 거쳐 포르투갈의 명문 클럽 ‘리스본’의 감독을 맡았다. 하지만 곧 구단 내 정치싸움에 휘말려 감독직을 내려놨다. 하지만 이는 전화위복이었다. 무리뉴는 이후 UD 라이리아(포르투갈)를 거쳐 FC 포르투(포르투갈)에 부임하면서 감독 생활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그는 FC 포르투(포르투갈)에서 리그와 리그컵,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우승하는 ‘트레블’의 업적을 달성한다. 이후 첼시로 부임해 지낸 4시즌 동안 리그 우승 2회, FA컵 우승 1회 등의 좋은 성적을 남겼다. 첼시에서 경질된 후 이동한 인테르에서는 자신의 생애 두 번째 ‘트레블’을 달성한 후 거액의 몸값과 함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옮겼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선수단 및 구단주와 갈등을 겪긴 했지만 팀을 완벽하게 부활시킨 후 첼시로 복귀했다.
 

[사진=첼시 공식 홈페이지]

김성근과 무리뉴는 인생 역경만큼이나 스타일면에서도 공통점이 많다. 두 감독은 우선 꼼꼼하고 철저하다. 평소 상대팀의 전술과 데이터를 촘촘히 수집하고 면밀히 분석해 그에 맞춘 전술을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두 명 다 기록을 중시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수첩에 메모하는 것을 즐긴다. 김성근은 경기 중 펜과 수첩을 손에서 놓지 않고, 또 메모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자주 잡힌다. 무리뉴는 경기 중 메모를 하다가 수첩을 찢은 후 전술 지시 사항을 적어 선수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이들은 언론 플레이도 즐겨하는 편이다. 경기 전 후 열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상대 선수나 감독을 비판하고 때론 칭찬하면서 흔들어 놓는다. 필요한 경우에는 자신의 팀 선수와 기자도 활용하는 변화무쌍한 언변을 자랑한다.

두 감독은 선수단 장악 방식도 유사하다. 종목은 다르지만 두 감독 모두 선수들과 상호 소통하기 보다는 강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경기 운영 방식에 맞지 않는 선수는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트레이드하거나 방출시킨다. 무리뉴의 경우 절정의 기량을 뽐내던 후안 마타(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를 수비 가담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다른 팀으로 이적 시켰고, 김성근은 SK 감독 시절 최고의 유망주였던 박현준을 우승에 필요한 노장 내야수와 트레이드해버렸다. 경기 전술과 운영에서의 냉정함과는 반대로 두 감독 모두 자신의 팀에 있는 소속 선수들은 철저하게 챙기는 편이다. 자신을 단련시켜 몸값을 올려주는 김성근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한때 그의 제자 선수 100여명이 그의 환갑잔치를 마련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늘 자신의 선수를 보호하고 비난은 자신이 받자는 원칙의 무리뉴도 마찬가지다. 그가 인테르를 떠날 땐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선수 몇몇이 눈물을 보인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두 사람의 스타일은 공통적으로 부작용을 가진다. 그들이 맡은 팀들은 “승리에 대한 지나친 갈망으로 재미없는 경기를 한다“는 비판을 듣는다. 무리뉴는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사용하며 상대팀 감독으로부터 골대 앞에 ‘버스’를 세운다는 조롱을 받았고, 김성근은 투수를 자주 바꾸는 벌떼 야구로 경기 시간을 지연 시킨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또 승리를 위해서 선수들을 도구처럼 사용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무리뉴는 여러 팀을 감독하면서도 팀을 맡은 3번째 시즌에는 늘 부진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원인이 처음 두 시즌의 선수 혹사로 선수들의 그 다음 시즌부터 선수들의 기량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김성근은 선수들에게 과도할 정도의 훈련을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었고, 불펜 투수들의 혹사 논란은 언론에서도 자주 언급하는 문제다. 더군다나 두 사람 다 자신의 스타일이 강해 주변에 적을 많이 만드는 편이다. 때론 도를 넘은 언론 플레이로 타 팀 선수나 감독의 질타를 받기도 하며, 독선적인 경기 운영으로 구단주나 구단 관계자와의 마찰이 잦은 편이다.

김성근과 무리뉴가 각각의 종목에서 가장 유능한 감독이 되기까지는 그 들의 이런 스타일이 결정적 강점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그들이 각각 맡고 있는 한화와 첼시의 성적이 모두 곤두박질치면서 두 감독은 위기를 맞고 있다. 한화는 시즌 초반의 호조를 이어가지 못하고 승률 5할을 사수하지 못한 채 8위까지 순위가 떨어진 상태다. 첼시는 더 심하다. 개막 후 열린 5경기에서 겨우 1승을 거두고 17위에 위치해 전년도 챔피언의 체면을 구겼다. 이에 최정상에 군림했던 두 감독의 고집이 독이 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두 감독의 스타일은 성공했을 땐 칭찬을 받기 힘들고 실패했을 때는 비난 받기 쉽다. 놀라운 정도로 유사한 인생 경로를 밟고, 비슷한 습관과 팀 운영 스타일을 지닌 이 두 감독이 과연 쏟아지는 비난을 이겨내고 팀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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