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여진은 잔인하리만치 가차 없는 ‘숙청’ 작업을 진행했는데, 자신을 유폐시켰던 이들을 모조리 단죄하겠다며 드러낸 서슬 퍼런 기운은 태현을 놀라게 했다. 고사장(장광)의 자살에 여진의 입김이 작용했고, 한신그룹 사장단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여진에게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는 모습에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 것.
무엇보다 태현의 마음을 움직인 건 살해공포에 휩싸인 이과장(정웅인)에게 전해 들은 과거 어머니를 잃었던 때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였다. VVIP가 한신병원에 실려 오는 바람에 우선순위에서 밀린 어머니가 수술도 받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깊은 상처를 가진 태현에게, 그 VVIP가 다름 아닌 여진이었다는 충격적인 진실이 덮쳤기 때문.
괴로움이 컸지만 이 속에서 태현이 결정한 건 이제 그만 복수를 멈춰달라는 간곡한 부탁이었다. 여진이 휘두르는 칼날은 결코 정의가 아닌 살인이라는 일갈은 재벌이라는 엄청난 갑옷을 두른 이들이 법망을 피해 저지르는 불법을 조준함과 동시에, 알지 못하는 사이 선량한 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생명까지 위협하는 특권을 겨냥한 말이었다.
태현의 단호함에 결국 여진은 이과장을 처리하려는 마음을 접었지만, 곧이어 등장한 도준이 차에 들이 받히는 장면은 여진의 복수의지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검찰 조사를 받고 문을 나서자마자 괴한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고 한신병원으로 후송되는 도준의 모습은 그 장소가 여진을 제한구역에 가둬두었던 장소라는 점에서 충격과 공포를 안기기에 충분했다.
첨예하게 대립한 태현과 여진은 쉽사리 좁혀지지 않은 이 같은 사안을 두고 과연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달콤하기만 했던 ‘용한커플’의 앞날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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