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YTN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이른바 ‘트렁크 살인’ 용의자 김일곤이 범행 흔적을 없애기 위해 방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시신이 있는 차에서 잠을 잤던 행동 등을 미루어 경찰은 사이코패스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18일 오후 브리핑을 열어 “김씨가 차량과 시신에 불을 지른 이유에 대해 ‘차량 안에 나의 유전자가 남아 있어 그냥 두고 가면 내가 범인인 것이 들통날 것 같아 그랬다’고 진술했다”고 발표했다.
김일곤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자극추구 욕구가 대단한 것을 보아 사이코패스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현재는 쉽게 자백하고 있지 않지만, 증거가 모두 나오면 자신의 전력을 과장되게 털어놓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일곤은 피해자의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했다. 검거된 이후에도 죄책감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이 밖에도 김씨의 행적에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달 9일 주모(35·여)씨를 살해해 주씨 차 트렁크에 시신을 싣고 다니던 김씨는 다음날인 10일께 울산의 한 골목에 주차된 차량의 번호판을 떼 주씨의 차에 붙이고 국도만 이용해 이동했다.
11일 검문 중인 경찰을 보고 검거될까 두려운 마음이 든 김씨는 후미진 곳을 찾다가 성동구 홍익동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주차해 번호판을 원래 것으로 다시 갈아 끼웠다.
이후 차에 불을 지르고 그는 왕십리에 있는 대형마트에 가 백팩 등을 사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원래 입던 옷과 차에서 가지고 나온 물건들이 담긴 쇼핑백 4개를 천호대로 주변 한 골목에 있는 헌옷 수거함에 버렸다.
쇼핑백에서는 옷가지와 피해자 딸의 것으로 보이는 어린이용 파티 머리띠, 빨간 크리스마스 양말, 담배꽁초 등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지문이 묻어 있을까 염려해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김씨가 다른 범죄를 저지른 것은 없는지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강도살인 혐의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