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회장은 행사가 끝난 뒤 단상에서 내려와 직접 기자들을 찾아다니며 눈을 맞추고 악수 릴레이를 벌였다. 20대 초반의 앳된 기자부터 소위 연차가 높은 차장급 기자까지 찾아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허리 숙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권위적인 총수’ 이미지와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았다. 순간 직급대신 ‘님’ 문화를 도입한 이유가 최고경영자(CEO)의 철학 때문이라는 홍보팀의 말이 스쳤다.
동시에 한 간담회장에서 만난 기업 CEO의 이미지도 오버랩 됐다. 마스크팩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 기업은 ‘중국 시장진출’ 계획을 발표하는 언론간담회에서 무례한 언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임원은 좋은 음식을 대접할테니 기자들은 우리가 “주는 걸 받아먹으면 된다”고 했다. 행사 후 기자가 다가서자 거칠게 밀어내며 자리를 피했다. 결국 기자들은 직원과 경호원들의 몸 장벽(?)에 막혀 한참을 실랑이 했다.
사실 그동안 만난 ‘회장님’들은 대게 후자의 모습이다. 자리회피형, 질문 면박주기형, 묵묵무답형 등 피하는 유형도 제각각이다. 간담회를 열어놓고 홍보팀 직원을 동원해 막거나 명함을 안가져왔다며 인사를 거부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아모레퍼시픽도 갑질, 막말파문 등 논란이 많지만 그날 보인 서 회장의 태도는 최소한 기자들에게는 ‘겸손한 기업’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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