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해양쓰레기, 예방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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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2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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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18만t 쓰레기 바다에 유입

  • 정부, 연간 500억원 들여 쓰레기 수거

  • 국제적 공조로 쓰레기 줄이기 나서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영국의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 출신으로 모험가이자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젊은 글로벌 리더가 있다. 바로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이다. 그는 페트병 1만2500개로 만든 ‘플라스티키’라는 배를 타고 2010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하여 129일간의 항해 끝에 적도를 넘어 호주 시드니에 도착했다. 수많은 위험과 두려움을 무릅쓰고 그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인류의 환경 파괴에 대한 절박한 경고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얼마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은 특이한 지도를 만들어 공개했다. 해양쓰레기들이 모이는 곳, ‘쓰레기섬’의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였다. NASA는 35년간 바다로 띄워 보낸 연구용 부표를 추적한 결과, 지구상에 5개의 큰 쓰레기섬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한 2010년 한 해에만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적어도 480만톤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2010년부터 2025년까지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으로 전세계 해안선을 따라 두께 30cm, 높이 30m의 ‘쓰레기벽’을 쌓을 수 있다고도 하니 그 양이 쉽게 상상이 가질 않는다.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은 파도와 조류에 의해 잘게 쪼개진다. 바닷새나 물고기는 이것을 먹이로 알고 섭취하는데, 몸속에 축적되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죽은 바닷새의 뱃속에서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조각이 나오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호주 해양산업연구소는 현재 추세대로 라면 2050년까지 전세계 바닷새의 99%가 수명이 단축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바다거북이 코 속에 박힌 빨대를 뽑는 유투브 영상은 우리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얼마나 바다생물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18만톤의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태풍이나 폭우 등 자연재해로 인해 육상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는 양도 상당하지만, 조업 활동이나 선박 운항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도 6만여톤이나 된다. 해양쓰레기는 경관을 훼손함은 물론,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수산자원을 감소시킨다. 선박운항에 지장을 초래하고 해양사고로 이어지는 일도 적지 않다.

정부는 해양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연간 500억원을 들여 해양쓰레기 수거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한 ‘해양플라스틱의 환경위해성 연구’를 통해 해양쓰레기의 악영향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해양쓰레기는 일단 바다로 들어가면 바람과 조류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며, 바다 속에 가라앉거나 잘게 부서져 수거 자체가 어렵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해양쓰레기는 예방이 최선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조업활동이나 운항 중에 생기는 쓰레기는 되가져오며, 바다로 흘러들어가기 전에 수거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세계의 바다는 하나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연안국들이 함께 해양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9월 셋째주 토요일인 ‘국제 연안정화의 날’은 이러한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1986년 미국의 한 민간단체가 처음 기치를 올렸고, 지금은 100개국 500만명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도 2001년부터 동참하여 올해는 전국 연안에서 1만여명이 참여했다.

바다가 건강해야 지구도 건강하고 우리 인류도 건강할 수 있다. ‘국제 연안정화의 날’은 바다사랑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인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작은 노력의 첫발이다. 세류성해(細流成海), “가는 물줄기가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말처럼 해양환경 보전을 위한 작은 실천과 노력들이 함께 모일 때 생명력 넘치는 바다, 살아 숨 쉬는 연안을 우리 후세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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