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부전선’ 설경구 “이 나이에 ‘구구케미’라니…그래도 여진구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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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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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베테랑’의 황정민·유아인, ‘사도’의 송강호·유아인, ‘탐정: 더 비기닝’의 권상우·성동일까지 남자배우들 끼리의 만남이 많은 요즘, ‘남남케미’의 방점을 찍을 ‘구구케미’가 관객을 맞이할 준비 중이다. 바로 설경구(47)와 여진구.

이들은 오는 추석을 겨냥한 영화 ‘서부전선’(감독 천성일·제작 하리마오픽쳐스)에서 각각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 장남복과 아직 학생이지만 나라를 위해 전선에 투입된 학도병 김영광 역을 맡았다.

탱크로 책으로 배운 탱크병 영광은 전쟁의 운명을 가를 일급 비밀문서를 정해진 장소, 정해진 시간까지 전달하는 임무를 받은 장남복의 비문을 우연히 손에 쥐게 된 이후 홀로 탱크를 끌고 북으로 돌아가려다 남복에게 붙잡히게 된다.

21일 오후 서울 소격동 카페에서 만난 설경구는 ‘구구케미’라는 말에 “부끄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나이 오십이 다 돼 가는데 구구케미라니”라며 웃었다.

“그래도 좋았어요. 여진구는 제가 원했던 친구니까요. 현장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으면서부터 남복이가 영광이 대하듯 대했죠. 일상적인 대화도 남복이가 영광이한테 하듯 ‘시험 잘 봤냐? 잘보긴 개뿔. 공부도 안 해놓고’라고요. 대사를 한 게 아니라 편하게 대화를 한 것 같아요.”

설경구는 여진구를 원했던 이유에 대해 부연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사실 ‘서부전선’은 캐릭터를 보고 선택한 영화는 아니었어요. 처음 책을 받은 게 2010년이었죠.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이해 전쟁영화가 유독 많이 나왔어요. 거기 편승하는 게 싫었죠. 고사를 하고, 스케줄이 된다면 매년 참석했던 고(故) 이은주 추모식에 갔다가 제작사 대표를 다시 만났어요. ‘서부전선’이 궁금해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물었죠. 냉동보관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다시 꺼내볼까요?’라면서 오게 된 거죠. 두 번째 왔을 때는 천성일 감독으로 표기돼 있었어요. 그래서 여진구 스케줄을 알아보라고 했죠. 남복과 영광 중에 한 명은 그 캐릭터에 딱 맞는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요. 2010년이었으면 여진구가 못했겠죠. 그 때는 13세인가 그랬으니까요. 다른 한 작품 때문에 못한다고 했다가, 그 작품에서 여진구가 빠지게 되면서 하게 됐다는 소식에 도장 찍으면 저도 한다고 했어요(웃음). 그렇게 저도 도장을 찍었죠.”

설경구는 앞선 기술시사회나 블라인드시사회에 참석하지 않고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처음으로 ‘서부전선’을 관람했다. 소감을 묻자 “찍으면서 궁금했던 부분이 어떻게 나올지가 가장 관심사였죠. 그리고 조연배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생각도 들었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그러면서도 “오히려 CG(컴퓨터그래픽)는 생각보다 잘 나왔더군요. 특히 미군 비행기인 무스탕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영화와 따로 놀면 어쩌나 생각했지만 ‘해적’을 했던 팀이라 그런지 잘 나왔더군요”라고 털어놨다.

그는 군인이 아니라는 생각 하에 연기했다고. “농사꾼한테 군복을 입혀 놓은 것이지 군인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제일 씁쓸했죠.”

“‘서부전선’은 뭔가 어설프고 투박한 정서라는 게 있어요. 밉지가 않은 그런 정서요. 그러다 제가 다치고 여진구가 촬영하다 다쳤을 때 다들 긴장감이 팍 들어간 느낌이었어요. 사실 ‘서부전선’은 남복과 영광, 둘 만의 작은 전쟁이죠. 큰 전쟁 안에 있는 군인같지 않은 둘만의 전쟁이요. 남복이나 영광이 같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전쟁’이라는 통계가 나온 것이겠죠. 곱씹어보면 ‘서부전선’은 비극입니다. 웃음으로 포장돼 있지만 그 속에 있는 비극을 읽으시길 바라죠.”

설경구가, 웃음을 선사하지만 그 안에 메시지를 담은 ‘서부전선’을 선택한 이유가 꼭 여진구 때문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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