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오는 추석을 겨냥한 영화 ‘서부전선’(감독 천성일·제작 하리마오픽쳐스)에서 각각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 장남복과 아직 학생이지만 나라를 위해 전선에 투입된 학도병 김영광 역을 맡았다.
탱크로 책으로 배운 탱크병 영광은 전쟁의 운명을 가를 일급 비밀문서를 정해진 장소, 정해진 시간까지 전달하는 임무를 받은 장남복의 비문을 우연히 손에 쥐게 된 이후 홀로 탱크를 끌고 북으로 돌아가려다 남복에게 붙잡히게 된다.
21일 오후 서울 소격동 카페에서 만난 설경구는 ‘구구케미’라는 말에 “부끄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나이 오십이 다 돼 가는데 구구케미라니”라며 웃었다.
설경구는 여진구를 원했던 이유에 대해 부연했다.
설경구는 앞선 기술시사회나 블라인드시사회에 참석하지 않고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처음으로 ‘서부전선’을 관람했다. 소감을 묻자 “찍으면서 궁금했던 부분이 어떻게 나올지가 가장 관심사였죠. 그리고 조연배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생각도 들었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군인이 아니라는 생각 하에 연기했다고. “농사꾼한테 군복을 입혀 놓은 것이지 군인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제일 씁쓸했죠.”
“‘서부전선’은 뭔가 어설프고 투박한 정서라는 게 있어요. 밉지가 않은 그런 정서요. 그러다 제가 다치고 여진구가 촬영하다 다쳤을 때 다들 긴장감이 팍 들어간 느낌이었어요. 사실 ‘서부전선’은 남복과 영광, 둘 만의 작은 전쟁이죠. 큰 전쟁 안에 있는 군인같지 않은 둘만의 전쟁이요. 남복이나 영광이 같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전쟁’이라는 통계가 나온 것이겠죠. 곱씹어보면 ‘서부전선’은 비극입니다. 웃음으로 포장돼 있지만 그 속에 있는 비극을 읽으시길 바라죠.”
설경구가, 웃음을 선사하지만 그 안에 메시지를 담은 ‘서부전선’을 선택한 이유가 꼭 여진구 때문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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