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면세점 대전 윤곽…수성(守城) vs 입성(入城)…창과 방패의 싸움

[(왼쪽부터) 롯데면세점(소공점), 워커힐면세점, 신세계본점, 두산타워. 사진=아주경제 DB ]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지난 7월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신세계가 22일 서울 시내면세점에 재도전키로 확정하면서 '가을 면세점 대전' 윤곽이 드러났다.

오는 25일 특허 신청이 마감되는 면세점은 총 4곳이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워커힐 면세점(11월 16일),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소공점과 롯데월드점(12월 22일과 31일), 부산 신세계면세점(12월 15일) 등이다.

각 면세점 별로 특허 종료 기간이 다르다. 하지만 관세청은 이들의 특허기간이 비슷한 시기에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위한 특허 신청 및 특허심사위원회 개최 등의 절차를 통합해 진행키로 했다.

1차전에 7개 법인이 나서 각축전을 벌인 반면, 10월 말에서 11월 초 승패가 판가를 날 이번 2차전은 기존 면세 특허를 지키려는 ‘방패’와 이를 빼앗으려는 ‘창’의 싸움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면세점을 사수하라…롯데·SK

특허 신청 마감(9월 25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곳은 롯데면세점이다. 롯데 입장에서는 소공동 본점은 물론 잠실 월드타워점도 포기할 수 없다. 두 곳의 연 매출이 2조6000억원(소공점 2조원, 잠실 롯데월드점 6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롯데 측에서는 지난 35년 동안 면세점업 최고의 자리를 지켜 온 만큼 경쟁업체의 도전에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국민감정이 악화됐고, 정치권의 반발도 거세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면세시장 점유율이 50~60%에 이르러 '독과점' 논란도 정면 돌파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경쟁 업체들이 소공동 면세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격하기 쉬운 잠실 롯데월드점을 타깃으로 삼을 공산이 크다.

롯데는 이런 위기감을 만회하기 위해 내년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 세계 최고층의 면세점을 조성한다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부상할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면세점은 수익 창출 목적보다는 호텔 및 전망대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로 아직 검토 중"이라며 "같은 취지로 롯데면세점 소공점 로비층(롯데호텔 2층) 역시 소공점 롯데호텔을 이용하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지난 1991년 8월 836㎡(253평) 규모로 추가 개설했고 판매 상품도 국산품 및 선물용 소품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SK는 워커힐의 입지적 장점 및 23년여간의 운영 노하우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일단 수성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추가 도전여부에 대해서도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SK네트웍스는 올해 1000억원을 투자해 워커힐 면세점 내부를 새로 단장한 바 있으며 '작지만 알찬 면세점'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 신규 서울 면세점을 획득하라…신세계·두산

신세계는 이번 면세점 2라운드에서 기존 부산 시내면세점은 지키고 서울 면세점은 신규로 획득하겠다는 양동 작전을 선포했다.

신세계 측은 서울 면세점의 경우 지난 7월 신청 때와 마찬가지로 백화점 본점을, 부산 면세점의 경우 기존 파라다이스 호텔에 위치한 면세점을 세계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 내 B부지로 확장 이전해 제안키로 했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 측은 "국내 최고의 유통 노하우를 갖춘 소매유통 전문기업으로서 기존 사업자를 대체할 수 있는 준비된 사업자"라며 "백화점, 대형마트, 프리미엄 아웃렛 사업 등 85년 역사의 유통업 경험을 기반으로 면세사업 역량을 총 결집하면 관광산업 진흥 및 경제적 파급효과, 고용 창출 측면에서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디에프 성영목 대표는 "서울의 경우 한국관광 1번지인 명동지역에 남대문시장을 연계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복합쇼핑 관광단지 모델을 제안할 것"이라며 "부산지역의 경우 신세계 센텀시티로 확장 이전시켜 부산관광의 아이콘으로 재탄생 시킬 계획이기 때문에 특허권 연장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두산타워(두타)를 사업 부지로 정하고 면세점 진출을 선언한 두산 측은 "기존 두타 쇼핑몰은 그대로 유치한 채 다른 층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두타 쇼핑몰을 16년 동안 운영하면서 유통 노하우를 축적했고, 연간 700만명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동대문의 랜드마크로 두타를 성장시킨 바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두산은 1차 면세전 당시 주목받은 장소였던 ‘동대문’ 입지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도쿄는 시부야, 신주쿠 등 차별화된 허브 관광지가 일정 거리를 두고 비슷한 규모로 형성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명동에 한정됐다"며 "동대문 지역의 관광 인프라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라도 면세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산은 면세점 운영경험이 전무, 관세청이 정한 '운영 능력' 부문의 배점을 어떻게 극복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