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으로 '휘청'…현대·기아차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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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2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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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골프. [사진=폭스바겐 제공]


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과 세계 각국에서는 폭스바겐뿐 아니라 전 세계 완성차업체의 디젤차에 대한 조사가 이어질 분위기다.

이에 대해 하이투자증권 고태봉 연구원은 국내외에서 폭스바겐의 신인도 하락과 더불어 현대·기아차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고 연구원은 “도요타 리콜사태 등 전례로 봤을 때 폭스바겐은 신뢰도 하락에 기인한 판매량 감소가 예상된다”며 “직접적 피해는 해당국가인 미국시장에서 가장 크겠지만, 폭스바겐이 1위를 달리고 있는 최대 시장 중국과 3위 규모의 유럽시장에서 신뢰상실로 인한 시장점유율 하락과 경쟁업체로의 소비자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대부분 업체가 동일한 입장이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국에서 소형차 판매에 강점이 있는 만큼 폭스바겐으로부터 이탈된 일부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것으로 고 연구원은 예측했다.

국내 수입차시장의 지형도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디젤차 판매 비중이 매우 커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태봉 연구원은 “한국은 중국, 일본, 미국과 달리 승용 디젤의 비중이 큰 시장이라 이번 사건의 여파가 크게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유로5가 유로6로 변화되는 과도기에 대부분의 구형모델 할인 이벤트가 마무리되어 가격상승이 전망되고, 원화 대비 유로화가 절상되어 수입단가가 비싸진 점,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신뢰상실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수입차 판매가 전반적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에 수입차 대비 열세였던 디젤 라인업을 차례로 갖춰가고 있는 국내 브랜드(현대, 기아, 쌍용, 르노삼성, 한국GM)는 상대적으로 선전할 전망이다. 또한 국내에 판매비중이 높은 폭스바겐 티구안 신형 모델 도입시점에 이런 문제가 발생해 올 뉴 투싼과 스포티지의 시장 수성이 수월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디젤차의 위상 축소도 예상된다. NOx(질소산화물) 감소에 폭스바겐 같은 업체까지 편법을 동원해야 한다면 ‘클린디젤’이란 용어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타 브랜드가 사용하고 있는 SCR(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 역시 친환경적이진 않기 때문이다. 유럽의 주력시장인 프랑스가 파리에서 2020년까지 디젤차의 판매금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좀 더 연비가 좋은 가솔린 엔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거나, 하이브리드카(HEV), 연료전지차(FCEV), 전기차(EV) 등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각국 환경부처의 연비 및 배기가스 규정 적용의 잣대는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연비과장 사건이나 이번 배기가스 문제가 실주행이 아닌, 다이나모미터 상에서의 평가였다는 측면에서 실주행 평가의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일련의 문제들로 불신이 커진 소비자 단체들의 실제 주행테스트 요구도 확산될 수 있다. 앞으로 보다 정교하고 타이트한 테스트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완성차업체들의 기술대응력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에서는 폭스바겐 주가가 40% 가량 급락하고 있다. 20조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최악의 페널티보다 더 큰 시가총액 증발이 있었다. 폭스바겐의 문제가 명백한 고의조작으로 결론 날 경우, 도요타와 시장 1, 2위를 다투는 폭스바겐의 단기적 위축은 불가피하다. 특히 신뢰의 상징과도 같았던 독일 자동차에 대한 전반적 불신이 세계 제1 시장인 중국까지 확산된다면 가뜩이나 공급과잉으로 고생하는 중국에서의 어려움은 커질 수 있다.

고태봉 연구원은 “자동차 업체가 전반적으로 신뢰를 상실하게 될지, 폭스바겐이 잃는 시장점유율만큼 경쟁사가 이를 가져오게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안방에서 수입 디젤차에 밀리며 시장을 내줘야 했고, 세계시장에서 고연비 소형차를 무기로 판매를 확대해왔던 한국 업체들에겐 폭스바겐의 어려움이 상대적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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