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가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여의도 정치권의 변곡점인 ‘추석 민심’이다. 추석 민심은 설날과 더불어 ‘세대·지역·직업적 계층’이 ‘쌍방향 소통’을 하는 민심의 바로미터다. 추석 민심에 따라 올해 후반기 정국주도권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 추석은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를 관통한다. 20대 총선은 불과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민심과 허니문(honeymoon)을 끝낸 박 대통령에 대한 ‘혹독한 중간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20대 총선 민심의 방향을 가늠하는 ‘풍향계’도 작동한다. 여야가 ‘밥상머리 민심’을 잡기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한 까닭이다.
◆노동개혁 최대 이슈, ‘정치→경제’로 선회
24일 여야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추석 이슈는 △경제활성화 △노동시장 개혁 △여야 공천 개혁과 선거구제 개편 △천정배(무소속 의원) 신당 등 야권발(發) 정계개편 등이다. 다만 민생경제는 매년 추석 밥상머리에 오른 ‘예측 가능한 이슈’다. 올해 추석 최대 이슈는 노동개혁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경우 당·정은 추석 이후 정국 주도권을 쥐고 ‘노동 5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기간제근로자법·파견근로자법 개정안)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개혁에 반발해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향해 “더 이상 노동자대표가 아니다”라고 작심 비판하며 ‘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선(先) 노동개혁 5대 법안 처리’-‘후(後) 행정지침 마련’에 방점을 찍은 당·정이 ‘우 클릭’을 통해 여론전을 펼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생·회생·상생·공생’의 4생(生)정치를 전면에 내걸고 맞불 전략으로 나섰다. 여야 모두 노동시장 개혁 등 경제이슈에 총력을 기울이는 셈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박 대통령 집권 1∼2년차 때와 달리 올해 추석 이슈가 ‘정치→경제’로 선회했다는 점이다. 실제 2013년과 2014년 추석 당시 최대 이슈는 국가정보원(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의혹과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이었다. 박 대통령이 ‘추석 트라우마’에 걸린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추석 트라우마’ 朴 대통령, 이번에는…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2013년 추석 이후 박 대통령 지지율 추세(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8%포인트)를 보면, 추석 직전인 9월 둘째 주 67%를 기록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10월 넷째 주까지 ‘60%→57%’로 수직 하강했다. 추석 직전 여야 대표와의 국회 3자 회담이 파행으로 끝난 데 따른 정치적 책임론이 불거졌던 시기였다.
집권 2년차인 2014년 추석 이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0%포인트)를 보면, 박 대통령은 9월 셋째 주부터 10월 마지막 주까지 46%∼49% 사이를 오가며 횡보 국면에 빠졌다. 한국갤럽의 가장 최근 조사인 올해 9월 셋째 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01%포인트)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0%였다. 한국 정치의 상수인 박 대통령의 지지율 추세가 추석 민심은 물론 차기 총·대선의 분수령이라는 얘기다.
변수는 공천 혁신과 공천 살생부의 쏠림 여부다. 여야 모두 두 이슈가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에서 어느 쪽이 혁신 주도권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당의 원심력이 판가름 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밖에 △농어촌 지역구 축소 논란에 따른 ‘여촌야대’(與村野大) 고착화 △야권발 신당에 대한 여론 추이에 따른 문재인 체제의 지속 가능성 등도 추석 민심의 주요 변수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추석 민심은 대통령과 각 정당 지지율과 총선 사전 평가적 성격을 지닌다”며 “이번 추석 민심 최대 변수는 노동개혁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인 만큼, 이번 추석은 20대 총선과 19대 대선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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