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웨더와 파퀴아오 이후···이제는 한국 피 흐르는 게나디 골로프킨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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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3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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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WBA 공식 홈페이지]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지난 5월 3일 복싱 역사에 남을 대결이 벌어졌다. 바로 플로이드 메이웨더(미국)와 매니 파퀴아오(필리핀)가 붙은 것이다. 실제로 이날 경기는 사상 최초의 계체량 티켓 판매, PPV(경기를 보기 위해 TV시청료를 따로 내야하는 시스템) 약 11만원, 전 세계 생중계, 대전료만 약 2,700억원 등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비록 두 선수 모두 소극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메이웨더의 승리가 경기가 끝났지만 그럼에도 이 경기는 아직 복싱이 살아 있다는 증거를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 메이웨더가 은퇴하고 사실상 파퀴아오도 전성기에서 내려왔다는 평가를 받는 지금 복싱계는 이들의 대체자를 필요로 한다.

여기에 적합한 인물이 있다. 바로 'GGG(Gennady Gennadyevich Golovkin)' 게나디 골로프킨(32, 카자흐스탄)이다.

골로프킨은 카자흐스탄 국적의 미들급 복싱 선수로 아마추어 시절 전적이 무려 320전(310승 10패)에 달한다. 카자흐스탄 국가대표 선수로서 지난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프로 데뷔 이후에는 33전을 치뤄 전승을 거뒀는데 이중 30승을 KO로 장식했다. KO승률 90.63%는 미들급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그는 2010년 8월 WBA 미들급 타이틀을 따낸 뒤 13차례 방어전을 모두 KO승으로 장식했고, 2008년 11월부터 19경기 연속 KO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강점은 역시 강력한 펀치다. 경기 중 턱이나 머리가 아닌 바디 혹을 맞고 쓰러지는 상대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펀치를 맞은 상대들은 고통으로 표정이 일그러진다. 23전 19승 6KO 1무 3패의 전적의 유명복서 세르게이 코미츠키가 경기 중 골로프킨의 주먹이 두려워 펀치에 맞기도 전 주저앉은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엄청난 맷집과 회피 능력도 자랑한다. KO는 물론 단 한 번의 다운도 허용한 적이 없다. 경기 후 그의 얼굴에서 생채기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다.

골로프킨은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해왔고, 국적의 한계도 있어 2012년 9월에야 미국 링에 데뷔했다. 그러나 미국 데뷔전에서 그레즈고르즈 프록사(폴란드)를 5회 KO로 제압한 것을 시작으로 톱랭커들을 차례차례 무너뜨리면서 복싱 팬들의 흥미를 얻기 시작했다.

화끈한 경기력으로 인기를 얻은 그는 지난 5월 열린 윌리 먼로 주니어(미국)와의 경기에서 생애 최초로 100만 달러 이상 대전료를 받으며 자신의 ‘스타성'을 입증했다.

골로프킨에게는 대중을 사로잡을 만한 스토리도 있다. 그에게는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어머니가 경북 포항 출신인 한국인이다.

골로프킨은 8살 때 두 형과 함께 복싱을 시작했다. 형들과 복싱을 하며 지낸 어린 날은 행복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에 입대한 두 형은 내전 중 잇따라 사망했다. 정부는 두 사람의 사인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장례식도 치러주지 않았다.

마음이 아팠지만 형들의 죽음은 그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비극적인 가족사는 오히려 그의 복서 생활의 버팀목이다.

그는 오른손을 쓰는 하드펀치 인파이터 스타일, 약소국의 국민 영웅이라는 면에서 파퀴아오와 닮았다. 어려운 시절을 딛고 일어나 세계 최고가 됐다는 점, 그리고 그런 그의 스토리가 관중들을 감동시킨다는 점도 파퀴아오의 행보와 유사하다. 실력과 스토리 모든 면에서 복싱계가 바라는 ‘월드 스타’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골로프킨은 오는 10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선 IBF 챔피언 데이비드 르뮤(캐나다)와 프로복싱 미들급 통합타이틀매치를 치른다. 그가 34승 중 31번을 KO로 장식한 '돌주먹' 르뮤를 꺾고 복싱계 최고 스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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