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샤오미와 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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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2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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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아주경제신문이 주최한 ‘제7회 2015 글로벌그린성장포럼'(GGGF·Global Green Growth Forum)’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댜오메이링 샤오미 생태제품체계 운영총감이 지난 25일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샤오미의 창립멤버로, 아니 샤오미에 속한 임직원이 한국에서 강연을 한 것은 처음이었단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로 강연을 시작한 댜오 총감은 “저희도 아직 묻는다. 샤오미가 정말 성공했나? 성공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청중들에게 던지며, 시종일관 즐거운 분위기 속에 강연을 진행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출국 전날에도 새벽 3시까지 야근을 한 뒤 한국행 비행기를 탔어야 할 만큼 샤오미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러다보니 그를 한국에 오도록 하기까지의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그토록 바쁜 샤오미 창립멤버를 섭외할 수 있었던 것은 ‘꽌시(关系)’의 힘을 빌렸기에 가능했다.

최초 섭외대상은 당연 창립자인 레이쥔 회장이었다. 샤오미에 대한 한국 내 반응은 상상 외로 컸지만, 정식으로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관계로, 또한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한국시장 진출에 대한 샤오미측의 반응은 아직 부정적이었기에 그와 연결된 끈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2015 GGGF 개막일이 가까워지면서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샤오미와 한국의 관계는 아직 열리지 않은 듯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생각에 김유림 넥스나인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유림 대표는 전시 컨벤션을 기반으로 무역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중동과 중국 시장을 거점으로 하여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중국내 다양한 지인들과 유대를 맺고 있기도 하다. 2015년 8월 19일, ‘2015 GGGF’ 개막 약 한 달 전의 일이다.

곧바로 중국내 지인들에게 연락을 해보겠다더니 레이쥔 회장과 직접 연락을 할 수 있는 분과 연결을 해주었다. 2010년 창업한 샤오미의 초창기에 회사에 투자를 했던 주동팡 IDG차이나 회장이었다. 2년 전 김유림 대표를 따라 베이징 출장을 갔을 때 저녁식사에 초대받아 인사를 나눴던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동팡 회장은 김 대표의 친구라는 이유로 흔쾌히 레이쥔 회장에게 연락해 주겠다고 했다.

이어 김유림 대표는 회사의 공식 초청공문 이외에 본지 책임자의 개인 서신을 요청했다. 그 서신에는 레이쥔 회장이 한국에 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명확히 담겨있어야 한다고 했다. 명분이었다. 분초를 다퉈가며 일에 몰두하고 있는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의전방식과 강연료 등은 상관없이 한국에 오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편집회의 결과 아주경제신문은 서신을 대표 명의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 서신은 김유림 대표와 주동팡 회장을 통해 레이쥔 회장에게 직접 전달됐다. 중간의 기다림이 이틀 여인 9월 11일 전달된 답변은 참석불가였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보니 벌어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단,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남았기에 한 번 더 시도할 시간은 있었다. 김유림 대표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동팡 회장에게 연락해 샤오미의 다른 경영진들과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부탁했다. 주동팡 회장은 ‘2015 GGGF’에 오고 싶지만 일정을 비울 수 없어 미안하다며, 내년 포럼 때는 꼭 참석하겠다는 인사를 전하며, 8명의 샤오미 창업멤버중 한명인 류더 부회장을 소개해줬다.

14일 진행된 류더 부회장과 통화. 주동팡 회장으로부터 먼저 연락을 받은 류더 부회장은 기다리고 있었다며 포럼 소개서와 일정을 보내들라고 했다. 반나절 여의 검토시간이 흐른 뒤 그도 참석이 어렵다는 답변을 보내며, 대신 다른 창립멤버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그 역시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했다. 이 때가 17일이었다.

여기까지가 샤오미와의 인연인 것 같아,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포기하기로 하고 도움을 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때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류더 부회장이 다시 한 번 알아봐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저간의 사정을 정확하게 알려주진 않았으나 샤오미 경영진들 사이에서 누굴 한국으로 보낼지를 놓고 갑작스럽게 소동이 일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17일에서 18일로 넘어가기 직전의 시간, 댜오메이링 총감의 참석이 결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유림 대표에게 부탁을 한지 한 달째 만에 얻은 결론이다.

댜오메이링 총감은 레이쥔 회장이 샤오미를 창업하기 이전인 2007년, 그가 대표로 재직했던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진산소프트웨어(金山軟件·킹소프트)’에 입사해 2010년 4월 6일 레이쥔 회장의 권유로 샤오미의 15번째 창립 멤버로 입사해 현재까지 재직중이다. 섭외 문제가 완료된 후 주동팡 회장은 레이쥔 회장이 그를 보냈다는 것은 그만큼 ‘2015 GGGF’, 한국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썼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한국에 온 두에 알게 된 사실인데, ‘2015 GGGF’는 공교롭게도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의 미국 방문 일정과 겹쳤다.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에는 중국 기업인들이 대거 수행을 했는데, 이러다 보니 각 기업들은 준비를 할 일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샤오미의 경영진들은 한국 언론사의 부탁에 적극적으로 배려를 해준 것이다. 또한 다요메이링 총감이 한국에서 겪은 경험은 레이쥔 회장에게 직접 전달될 것이기에, ‘2015 GGGF’가 샤오미와 한국을 연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인들이 꽌시를 얼마나 중요히 여기는지를 알게 된 중요한 기회가 됐다. 자신이 속한 내부 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유대관계라는 꽌시는 중국인들의 폐쇄적인 문화라고 지적하지만, 김유림 대표와 주동팡 회장, 레이쥔 회장 등으로 이어지는 인연을 보며, 이제 꽌시는 자국은 물론 타국의 기업인들과도 함께 나누는 국제적인 비즈니스 문화로 진화했음을 알게 됐다.

이번 일로 본지는 샤오미 더 나아가 수많은 중국 기업인들과 연결될 수 있는 꽌시의 첫 인연을 맺게 됐다. 레이쥔 회장과 류더 부회장 모두 기회가 되면 한국을 꼭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도 이를 계속 이어가 한·중 양국기업간 교류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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