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 정부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지난해 제69차 총회에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언급한데 이어 2년 연속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며 국제사회 이슈화에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저는 작년, 이 자리에서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분명히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며 "금년은 특히 '여성, 평화와 안보를 위한 안보리 결의 1325호'가 채택된 지 15년을 맞는 해로서 국제사회가 분쟁 속의 여성 성폭력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무엇보다 2차 대전 당시 혹독한 여성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이 이제 몇 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분들이 살아계실 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단어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몇분 남아있지 않은 2차대전 당시 혹독한 여성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라고 표현함으로써 당시 일본의 전쟁범죄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내달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한일 양국이 진행 중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국장급 협의 등을 통해 일본 정부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적절한 보상을 내놓을 것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경색된 한일관계 진전 가능성이 커진 점 때문에 박 대통령이 일본 정부를 자극할만한 직접적인 표현은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한 "이 문제에 관한 유엔 인권최고대표들과 특별보고관들의 노력이 헛되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유엔 차원의 관심과 지지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 없이는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양자 정상회담을 하지 못할 정도로 경색된 한일 관계의 정상화가 어렵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를 인지하지 못하고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길은 없다"며 "이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유엔에 담긴 인류애를 향한 영원한 동반자 정신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일본이 최근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안보법안 통과로 이른바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된 것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메시지를 발신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동북아 안보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움직임들도 나타나고 있어 역내 국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며 "이번에 통과된 일본의 방위안보법률도 역내국가 간 선린우호 관계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투명성 있게 이행돼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반기문 사무총장께서는 긴장과 대립이 지속되는 동북아를 가리켜 지역협력 메커니즘이 없는 '중요한 고리를 잃어버린 곳'이라고 했다"며 "제가 동북아평화협력구상(NAPCI)를 추진하는 이유도 잃어버린 고리를 다시 연결해 동북아에 신뢰구축과 협력 증진의 선순환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현재 역내 국가들 사이에 원자력 안전, 재난관리, 보건을 비롯한 다양한 협력분야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험의 축적은 세계 평화와 협력증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뉴욕 방문 직전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도 "일본 정부는 최근 통과된 방위 안보법률과 관련된 일본 국내외의 우려를 충분히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이 법안이 확대해석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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