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총선 룰 전쟁의 희생양이 될 것인가.” 2015년도 후반기 국정감사가 다음 달 1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간 실시된다. 하지만 기상도는 ‘먹구름’ 자체다. 블랙홀로 격상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등 ‘총선 룰’이 국감을 휘감아버렸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 부산에서 전격 회동한 김무성 새누리당·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공감대를 형성하자, 각 당 비주류는 즉각 내부투쟁 모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대상 기관 779곳 등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 중인 국감은 온데간데없고 ‘자리싸움’만이 남은 셈이다.
◆與 “노동개혁” vs 野 “朴정부 실정 먼저”
여야는 후반기 국감을 코앞에 둔 29일 여론전을 통해 기선 제압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의 역점 과제인 노동개혁을 필두로 △경제활성화 입법과 중국·뉴질랜드·베트남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연내 처리에 사활을 걸었다. 이에 맞선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벌개혁 등 민생경제 문제를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후반기 국감 최대 현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최경환 경제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기획재정위를 비롯해 정무위, 미방위, 보건복지위 등에 집중될 전망이다.
신의진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자리 창출로 민생을 챙겨달라는 추석 민심에 노동개혁 추진으로 답할 것”이라며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인 만큼 여야가 ‘민생국감·경제국감·정책국감·안보국감’이라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선(先) 재벌개혁’ 기치 아래 경제민주화를 부각하는 한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서 불거진 국가위기관리시스템 부재 등과 민생경제 파탄을 고리로 대여공세에 나설 계획이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실패를 추궁하면서 노동개혁의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金·文 ‘룰’ 합의에 각 당 비주류 ‘부글부글’
문제는 후반기 국감이 끝나기도 전에 총선 룰이 메가톤급 이슈로 급부상했다는 점이다. ‘김무성·문재인’ 대표는 추석 기간인 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전격 회동하고 안심번호 도입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을 합의 처리키로 했다. 안심번호는 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이동통신사업자가 임의로 부여한 가상 전화번호다. 각 당 비주류에 밀린 ‘동병상련’의 여야 대표가 총선 룰을 고리로 사실상 연대 전선을 편 셈이다.
논란이 일자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추석 연휴 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김 대표가 30일 의원총회를 앞두고 승부수를 던졌지만,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의 불참으로 반쪽 최고위로 전락했다. 서 최고위원뿐 아니라 범친박계인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도 사실상 보이콧했다. 친박계 중 이정현 의원만이 참석했다.
친박계 핵심인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와 관련해 “문 대표와 친노(친노무현)계의 손을 들어준 졸작 협상”이라는 취지로 강력 비판, 신주류와 구주류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범친박계로 편입한 원유철 원내대표도 “새누리당식 상향 공천 ‘제3의 길’ 모색이 시작됐다”며 김 대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사정은 야권도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 비주류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문 대표를 향해 “내부 논의가 없었던 반쪽 합의”라며 “당내 불신을 극복하는 게 먼저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간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합의”라고 잘라 말했다.
최진 경기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내달 1일부터 2차 국감인 상황에서 국회의원 정치생명과 직결한 공천 룰 문제가 불거졌다”며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데, 정책국감을 할 수 있겠느냐. 각 당 주류와 비주류 간 내부 분란으로 정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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