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유엔(UN)총회 기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7차례에 걸쳐 만나면서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친박근혜계가 유력 대선주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대신 반기문 총장을 차기 주자로 내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각)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첫 일정으로 반 총장 관저를 찾아 반 총장과 20분간 비공개 면담을 한 뒤 만찬회동을 했다.
이를 두고 반 총장이 “박심(朴心) 구애에 나선 게 아니냐”는 얘기가 회자됐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이어 기후변화 주요국 정상오찬과 유엔총회 및 반 총장 주최 오찬, 유엔평화활동 정상회의 등에서 만남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이 반 총장과 ‘교감’을 나누는 사이 김 대표는 28일 자신의 정치 생명과 직결된 오픈프라이머리 관철을 위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깜짝 연대’를 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을 키우는 모양새를 만들었다.
김 대표로선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이 친박계 대선주자론을 들고 나오면서 심기가 마뜩치 않았던 차에 박 대통령까지 반 총장을 내세워 견제해오자 방어를 위한 회심의 카드를 빼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유엔 출장 기간, 그것도 하이라이트인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반나절 앞둔 시점에 여야 대표가 서울도 아닌 부산에서 전격 회동해 합의문을 발표한 데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의도적으로 정치권과 여론의 이목을 분산시킨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 및 이탈리아 공식 방문차 외국출장을 떠났을 때 김 대표의 '상하이 개헌 발언'으로 정국이 어수선해진 것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어서 청와대는 더욱 언짢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여야 대표의 합의가 알려진 뒤 조원진, 윤상현 등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실명으로 김 대표의 합의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청와대도 여야 합의에 대해 차디찬 반응을 내놓고 있다. 계파갈등이 격화되면 10월부터 이어지는 한중일 정상회의 등 다자외교도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되고, 노동입법과 경제활성화입법 등 당면 현안도 뒷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감지된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로선 ‘반기문 카드’를 장기적으로 김 대표는 물론 여권 내 잠룡들을 견제하는 도구로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내년 총선 때 ‘박근혜-반기문 연대’를 과시, ‘캐스팅보드’ 역할을 해온 충청 표심을 공략해 다음 대선까지 승리 돌풍을 몰고 가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당내 기반이 없는 반 총장으로선 여권의 ‘친박계 대선주자’를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SBS가 여론조사기관 TNS에 의뢰해 진행해 지난 27일 공개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결과’(신뢰수준 95%, ±3.1%포인트)에서도 반 총장이 21.1%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14.1%로 2위로 내려앉았고, 문재인 대표(11.2%), 박원순 서울시장(10.1%)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6.3%)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장외(場外)에 머물러 있는 반 총장이 정치권 입문과 대권 도전 가능성은 계속 부인하면서 여야 양측을 저울질하며 몸값을 계속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역대 대선에서 바람을 일으켰던 주자가 승리한 사례가 없고, 차기 주자로서의 자질과 파괴력도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기문 대망론’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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