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IS 기지 공습 목표" VS 서방 "반 아사드 세력기지 공격"
러시아는 이날 공습 목표가 이슬람국가(IS)의 기지라고 주장했지만, 미국 당국자들과 전쟁연구소(ISW) 등은 러시아가 공습한 곳이 IS가 아닌 다른 반군들이 점령한 지역이라고 반박하는 등 공습 지역을 놓고 의견은 갈리고 있다.
CNN 방송은 30일 미 정부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시리아 서부 라타키아 공군기지에 주둔 중이던 러시아 전투기들이 서부 도시 홈스와 하마 지역을 공습했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장은 "러시아군의 군사 작전은 IS를 목표로 한 공습에 국한된다”며 “푸틴 대통령이 밝혔듯 지상전투에 투입되지는 않는다"며 "현재로선 공습에 참여할 무기와 공습 기간 등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국들은 이번 공습의 타깃 IS가 아닐 수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번 공습이 이루어진 지역인 홈스와 하마는 IS가 아닌 반 정부군의 장악 지역이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 장관은 30일 "시리아 공습에 나선 러시아가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이 있지 않은 지역을 공격 목표로 한 것 같다"면서 "공격 타깃은 이슬람국가(IS) 세력이 아니라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축출을 위해 싸우는 일반 시리아 반정부 조직이었다"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반정부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공습한 하마 지역은 미국과 다른 서방국들의 지원을 받는 반군 조직들이 있는 곳이라고 보도했다.
◆ 견제 나선 오바마 행정부…시리아 상황 더욱 복잡해져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공습에 미국 정부의 계산은 복잡해졌다. 지난 28일 두나라 정상은 시리아 문제를 놓고 예리한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군사적 행동을 감행함으로써 선수를 치고 나간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 (WP)는 미국 정부가 시리아 사태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발빠른 대처에 나서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이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러시아가 IS(이슬람국가)와 싸우는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한 공습을 개시한 데 대해 조건부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아사드 정권'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혔다.
케리 장관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미국은 IS나 알카에다 분파들과 싸우기 위한 어떠한 진지한 노력도 지지한다"면서 "러시아의 행동들이 이들 조직을 격퇴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반영한다면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IS와의 싸움과 아사드에 대한 지지를 혼동해서는 안 되며 혼동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번 공습에 대해 양국 사이에 긴밀한 소통이 없었던 데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애슐린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미국에 대한 공습 통보를 공식적인 채널로 하지 않고 1시간 전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으로 관리 한 사람을 보내 전달한 것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당장 자국에 유리한 전략을 내놓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진단했다. NYT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의 군사개입이 시리아 사태를 더 연장시키고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아사드 정권 퇴진은 물론 IS 격퇴전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라는 변수까지 등장한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제 푸틴 대통령에게 공을 넘기고 시리아에서 손을 털고 나올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기로에 섰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한편 중동지역에서 러시아의 군사행동은 1989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무려 26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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